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김제현 (1939~ )
한 시조 시인이 퍽 오래전에 이 작품을 썼다. 시는 쓸쓸하고 묵직하며 공허하다. ‘뎅그렁 뎅그렁’ 울리는 풍경 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그 풍경 소리를 쓸쓸하고 묵직하며 공허하게 듣는 이유는 ‘고독’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시는 ‘고독의 시’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고독할 준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어느새 추워졌다고 느낀다면 당신의 몸은 이미 고독할 준비가 된 것이다. 정신없이 걷다가 문득 멈춰서 가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면, 당신의 마음도 이미 고독할 준비가 된 것이다. 원래 가을은 고독함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 사실도 쉽게 잊고 산다. 가을도 잊고, 고독도 잊고, 심지어 나 자신마저 잊고 산다. 그런 우리들은 씁쓸하게 고독할 필요가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외로움은 상실감이나 헐벗은 고통에 가깝다. 그것은 빨리 벗어나고 싶은 감정이다. 그러나 고독은 괴로우면서도 필요한 것이다. 달콤하지 않지만 즐길 만하고, 열심히 훈련하거나 일부러 시도할 가치가 있다. 고독이란 내가 오로지 나 자신과 대면해서 조용하고 깊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색의 시간은 회복과 청소의 시간이다. 우리 마음에 껴 있던 혼돈, 켜켜이 쌓인 잡스러움을 걷어낼 계기가 되어 준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휴대전화를 끄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 보자. 한 인터넷 창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인터넷 창으로 나아가지 말고 모든 것을 닫아 보자. 눈으로 다른 것을 보지 말고 나 자신만 바라보자. 그렇게 앉아 이 시의 풍경 소리를 상상하면 맑아지고 가벼워질 것이다. 당신은 지금 막, 고독해졌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날마다
하늘을 본다.
그냥 본다.
팔월 마지막 일몰은 한지에 스며든 물감처럼 결 곱더니
구월 첫 아침은 유달리 눈부시다
하루에도 수백번 바뀌는 하늘, 머무는 구름도 머무는 바람도 없다
지나가는 것들이 지나가면서 이뤄내는 풍경의 연속이다.
하루에 두시간 '달콤하지 않지만 즐길 만한 시간'을 가지기 시작한지 보름쯤되었다.
습관들이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지나온 날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같다.
삼십년 사십년 전으로 갔다가 어제 오늘로도 마음이 오간다
위 글처럼 '조용하고 깊게 생각하는 이 시간'이
힐링이 되며 추스리는 시간이 된다.
뿌리같고 줄기같고, 실뿌리같은 부분까지 들여다 보는 시간이다.
외면해둔 것들, 생각해보기 싫었던 것들이
내 무의식의 단단하게 가라 앉아 있는 것들도 있다.
지금 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똬리틀고 있기도하다..
좌정하고 앉은 내가 어느 순간 객관화 되는 순간이 오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상 같기도 하고,
어떤 것에도 유연해지것 같은 묘한 상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마음이 몸을 도우고
몸이 마음을 도우는 경험을 한다..
2017,9,1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체국에서 근무한 작가들 (0) | 2017.09.18 |
---|---|
강물이 될 때까지 (0) | 2017.09.18 |
가을 석양 (0) | 2017.09.01 |
안부 (0) | 2017.08.25 |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0) | 2017.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