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반칠환·시인, 1964-)
은행나무 아래 /이준관(1949 ~)
은행나무 아래는
친구 기다리기 딱 좋아요.
친구 생각하며
팔로 은행나무 껴안아 보기도 하고
은행나무 그늘에 앉아
친구 이름
바닥에 쓰기도 하고
친구에게 주려고
노란 은행잎
한 잎 두 잎 줍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