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한 가지 기술

구름뜰 2017. 11. 5. 23:41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것들이 언젠가는 상실될 의도로 채워진 듯하니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은 아니다

 

날마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릴 것, 문 열쇠를 잃은

당혹감, 무의미하게 허비한 시간들을 받아들일 것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더 많이 잃고, 더 빨리 잃는 연습을 할 것

장소들, 이름들, 여행하려고 했던 곳들

그것들을 잃는다고 큰 불행이 오지는 않는다

 

나는 어머니의 시계를 잃어버렸고, 보라, 내가 사랑했던

세 집 중 마지막 집, 아니 마지막에서 두 번째 집도 사라졌다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두 도시도 잃었다, 멋진 도시들과 내가 소유했던

더 넓은 영토들을, 두 개의 강과 하나의 대륙을

그것들이 그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앙은 아니었다

 

설령 당신을 잃는다 해도(농담하던 목소리와

내가 사랑하는 몸짓을) 나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리라

상실의 기술은 분명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것이 당장은 불행이라고(그렇게 쓰라!) 여겨질지라도

 

- 엘리자베스 비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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