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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이긴 종이책

구름뜰 2017. 12. 20. 08:59

 

갑작스러운 정전이 잦았던 그때 그 시절. 집집마다 상비용 양초를 구비해야 했다. 정전 걱정이 사라지면서 양초도 일상에서 사라졌을까? 천만의 말씀. 천연향초가 아로마세러피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곳곳에 양초가게가 생겼다. 어둠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전자책의 등장과 더불어 ‘몰락’이 점쳐진 종이책이 건재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되지 싶다.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한 것은 2007년 11월 19일. 킨들 개발책임자가 ‘항생제와 전기와 함께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으로 킨들을 꼽을 만큼 의기양양했다. 출판계도 ‘이제 종이책은 죽었다’면서 낙담했다. 올해로 킨들 출시 10년, ‘전자책의 압승’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프랑스는 종이책의 선전(善戰)을 입증하는 나라로 꼽힌다. 2011년 이 나라에 킨들이 상륙했을 때 오프라인 서점과 종이책은 3년 내 멸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뚜껑을 열고 보니 오판이었다. 현재 출판시장에서 전자책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동네 책방도 3300개에 이른다. 정부-출판사-서점이 힘을 합친 결과다. 정부는 반(反)아마존법을 만들어 무료 배송과 가격 인하에 제동을 걸었고 동네 서점들은 공동 온라인 판매망을 만들어냈다. 전통을 존중하는 프랑스가 원체 유별나긴 해도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전자책 판매는 18.7% 줄었고 종이책은 증가 추세다. 이를 의식한 듯 아마존은 2015년 이후 오프라인 서점 7곳을 열었다.

▷책이란, 지식 정보의 전달 수단만이 아니라 인간 감성을 깊이 파고드는 매체다.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 종이 감촉, 잉크 냄새…. 그야말로 전자책은 흉내 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수성의 결집체, 존재 그 자체로 문화적 포만감을 선사한다. 많은 인문주의자들이 책의 내용만큼 책 그 자체를 아끼는 이유다. 종이책이 그렇듯 종이신문 역시 디지털로 대체 불가한 매력과 설렘을 준다. 운명 공동체처럼 엮인 그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 낸 수 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 헤르만 헤세  


출옥 후에 책을 볼 시간이 없을 때에는 정말이지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던 감옥이 그리웠다.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도 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


이런 지성들의 독서 예찬론을 빌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책을 볼때가 내겐 가장 기분좋은 시간이 된다. 돋보기를 빌어야하고, 목이 안따라 주어 자세를 수시로 고쳐 만큼 신호!가 오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하다.


내 서재에는 읽지 못한 책들도 있다. 몇 권이 될지 세어보지 않았지만  많은 책을 보다보면 이것들은 다 읽고 죽어야 할 텐데, 죽기전에 누군가에게 나눠주어야 할 텐데, 아이들이 내 흔적이 남은 책을 내가 떠난 뒤에 볼거라는 생각을 하면, 중간중간 재밌는 메모라도 남겨 둘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한해가 저물고 있다. 끝 자리가 시작 자리이고 무수한 새날은 올것이다. 그래도 이 즈음엔 여러 마음이 든다. 한해동안 새롭게 만났던 사람들이 있고, 원했던 원치 않았던 추억도 남았다.   


돌아보면 고마운 마음은 그대로인데. 서운했거나 밉기도 했떤 일들은 떫은 맛이었다가 지금은 단맛으로 변해있는 것들도 있다. 올해는 특히 예민하게 보낸 것 같다. 나이가 폭을 넓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바늘구멍도 용납못하는 고집이 생기는 것도 같다.내 틀이라는 더 잘 알게 되었고 이즈음의 나는 그래도 작년보다 자유로워져 있다.


자유라는 게 사랑이나 공감 소통과는 별개라는 것, 나 자신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내가 자유로울수록 주변도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관계에서 자유로우려면 혼자인 시간을 늘여야 하고, 혼자서도 고요할 때 관계에서도 충만이 유지되는 것 같다.


혼자인 시간을 늘리려고 날마다 정진하는 마음으로 지낸다. 고요를 맛보는 시간, 책이 있어 고마운 날들이다. 혼자 있고 싶어 인적 드문 산골로 도망! 다녔던 생전의 법정스님이 이해되는 요즘이다. 책만 있으면 외롭다고 하지 않았던 말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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