좇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는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그리스도에게서처럼
십자가가 허럭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조용희 흘리겠습니다
1941.5.31
윤동주 (1917~1945)
좇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는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그리스도에게서처럼
십자가가 허럭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조용희 흘리겠습니다
1941.5.31
윤동주 (1917~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