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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구름뜰 2019. 8. 31. 09:36

 

좇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는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그리스도에게서처럼

십자가가 허럭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조용희 흘리겠습니다

1941.5.31

윤동주 (1917~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