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찾아보면 요즘 한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은 3년째
남자는 '민준' 여자는 '서연'이라고 한다.
아니 게 아니라 학기 초에 수강생 명단에서 몇 번은 본 이름들 같다.
그런데 간혹 학생들 중에는 아주 재미있는 이름들이 있다.
예컨데 '박아지' '변소길' '김치국' 같은 이름은 좀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남이 쉽게 기억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아는 어떤 학생의 이름은 스안인데
나는 백조를 뜻하는 영어의 swam (스안)과 관련된 아주 낭만적인 이름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학생의 아빠가 네 번재 딸을 낳고 이름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은 채
출생신고를 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생각해 낸 이름이었다.
"아, 내가 '버스 안'에 있으니 '버'를 떼고 '스안'이라고 하자!" 라고.
요즘엔 꽤 많은 학생들이 일부러 영어 이름을 지어 사용한다.
특히 취업을 해서 명함을 만들 때 원래 이름은 아예 적지 않고
예쁜 영어 이름만 적어 놓는 경우도 많다.
어떤 학생은 나에게 작명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데, 나는 가능하면,
'자기 이름 그대로 쓰라'는 주의다
외국 사람이 한국 이름을 외우기 불편해한다지만.
우리가 외국 이름을 외워서 불러 주듯이 익숙지 않아도
그들 역시 우리 이름을 외워서 불러 줘야 하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은 어떤 졸업생이 지도교수를 만나지 못했다고
내게 취업 추천서를 써 달라고 한 적이 있다.
눈에 띌 정도로 얼굴이 예쁘고 날씬한 학생이었는데 이름을 묻자 "제니퍼 배"라고 했다.
"진짜 이름을 써야지. 진짜 이름이 뭔데?"
우리말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게 조금 못마땅해서 내가 묻자 학생이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이 좀 독특해서요......,"
"이름이 뭔데? 신자야? 배신자?"
내가 농담처럼 말했더니 그 학생이 대답했다.
"창자요......배창자."
나는 두말없이 성명 란에 '제니퍼 배'라고 써주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오보 장영희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