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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삼켰다... 아이시의 눈, 하늘로

구름뜰 2009. 7. 23. 08:30

 

22일 오전 10시50분 서울 남산에서 관측된 부분일식(左)과 오전 11시26분 일본 기타이오지마(北硫黃島) 인근 해상에서 촬영된 개기일식 장면 . [박종근 기자·AP=연합뉴스]


22일 방글라데시 북부 도시 판차가르의 한 경기장. 해가 사라지자 수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탄식을 터뜨렸다. 눈물을 흘리거나 두려움에 몸을 떠는 이들도 있었다. 같은 날 인도 뉴델리, 일출 직전 보잉 737-700 비행기 한 대가 이륙했다. 세 시간 동안 태양을 쫓는 이 전세기의 좌석 값은 최고 7만9000루피(약 200만원)였다. 하지만 50명이 기꺼이 이 돈을 내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1세기 들어 가장 긴 개기일식이 일어난 22일 오전, 아시아 각국에선 탄식과 환호가 엇갈렸다고 AP·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인도·중국 개기일식=이날 개기일식은 인도에서 시작돼 네팔·미얀마·방글라데시·부탄·중국·일본 등에서 차례로 목격됐다.

인도의 경우 관측 최적지로 꼽혔던 타레그나에선 날씨가 나빠 관측을 망친 반면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에선 완벽한 ‘우주쇼’를 구경할 수 있었다. 다사스와메시 선착장엔 7만여 명이 몰려 1명이 압사하고 1명이 익사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22일 ‘우주쇼’를 구경하는 각국 주민들의 모습이 다채롭다. 왼쪽부터 특수 안경을 쓴 인도 알라하바드의 힌두교 승려, 보안경을 쓴 서울의 어린이, 특수 필터를 든 태국 방콕의 불교 승려, 선글라스를 낀 일본 도쿄 선샤인 국제아쿠아리움의 바다표범. [AP·연합뉴스]


중국에선 오전 8시5분 쓰촨(四川)성 캉딩(康定)을 시작으로 창장(長江)을 따라 청두(成都)·충칭(重慶)·우한(武漢)·난징(南京)·항저우(杭州)·상하이(上海)에서 순차적으로 개기일식이 관측됐다. 일식을 구경하기 위해 호주에서 항저우를 찾은 데이비드 털레이는 “해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순간 태양 일부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다이아몬드 링’ 현상을 목격했다”며 환호했다. 가장 선명한 일식을 구경할 수 있었던 곳은 쓰촨성 광안(廣安)시였다.

일본의 경우 가고시마(鹿兒島)현 도카라 열도에 관광객이 몰렸다. 일본에서 가장 긴 6분25초간 개기일식 관측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아쿠세키지마(惡石島)의 경우 섬 인구의 세 배가 넘는 300여 명이 몰려들었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관측에 실패했다.

◆제주선 태양 93% 가려=한국에선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서 선명한 부분일식이 관측됐다. 특히 제주의 경우 오전 10시48분쯤 태양의 93%가 가려져 개기일식 못잖은 부분일식이 연출됐다. 관측장이 마련된 제주별빛누리공원에는 1000여 명의 시민 이 모여 장관을 지켜봤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일식으로 인해 전국의 기온이 2~4도 정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낮 12시를 기준으로 일식이 없는 때와 비교해 서울의 기온이 2도 정도 낮았다. 기상청 육명렬 예보정책과장은 “ 바람이 약해 일사량에 의해 기온이 좌우됐기 때문에 일식이 기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강찬수·김한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중앙일보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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