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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치료와 수필 - 이동민

구름뜰 2009. 12. 31. 08:54

문학 치료와 수필/이동민 지음
“수필 창작은 내면성찰의 가장 좋은 자료”

 

 

 정신분석 치료는 마음에 고통을 주는 무의식적 원인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를 위한 정신분석은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요소들을 의식화시켜서 인격의 전체적인 구조 속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인은 무의식 속에 숨어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만 환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숨어 있는 원인이 합리적 세계인 의식의 세계로 나와야만 원인을 알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신분석 치료란 무의식을 탐구해서, 그 속에 숨은 무엇을 의식세계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프로이트도 말한 바 있지만 정신적으로 겪는 현실적 불행이 보편적인 불행, 절대적인 불행은 아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 때문이지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신분석 치료의 목적은 ‘보편적으로 행복하지 않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것이다.

 

 정신치료의 방법은 다양하다. 전문의와 상담, 약물치료, 전기치료와 문학 음악 미술 등을 이용한 예술치료 등 종류는 많다. 지은이는 ‘수필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수필이 다른 어떤 문학 장르보다 자기 내면에 숨어있는 기억을 불러내고, 진솔하게 표현하게 하는 데 강한 장르인 만큼 내면 성찰의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명백하게 선을 긋는다. 수필을 쓰는 행위를 통해 기억을 복원하는 행위는 개인적 역사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정신분석적 치료로서는 무의미할 수 있다. 수필로 드러난 기억이 사실이 아니라 은폐된 기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수필로 표현된 이야기는 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기호 내지 암호이지 그 자체가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수필로 씌어진 회상의 이면에 은폐된 사실이 존재할 가능성은 무척 많다. 따라서 드러난 표면 외에 이면을 탐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수필쓰기는 치료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 치료로서 수필을 쓸 때는 수필의 표면적 내용 뒤에 숨어있는 자신을 탐구하고 성찰하여 숨어있는 욕망을 찾아내야 한다. 이 일은 불교에서 화두를 내걸고 해답을 찾는 일만큼 어려울 수 있다.”

 

 흔히 정신적 질환을 문학을 이용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은이에 따르면 문학을 통한 정신분석 및 치료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수필로 드러나는 기억이 실제로는 대체된 기억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식세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은 덮개-기억이라는 유쾌한 기억으로 바꾸어 저장된다. 아픈 경험도 기억으로 남으려 하지만, 주인은 타협점을 찾아서 별로 유해하지 않은 기억으로 대체하여 의식세계에 저장한다.”

 

 문학이나 음악 치료를 통해 무의식 속에 내재된 상처를 치료하는 데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은이는 경북대 의과대학 소아과학 교실에서 소아학을 전공했으며 소아의 발달심리를 프로이트 이론으로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수필, 누구를 쓸 것인가’ ‘다시, 붓가는 대로’ 등이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예술 치료와 수필의 관계, 수필에 든 인간의 욕망, 농담, 성, 사랑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수필의 어느 지점이 정신분석적 치료와 접목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매일신문 조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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