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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의 즐거움

구름뜰 2010. 1. 8. 11:10
2010.01.08
즐거운 고전의 세계
고전 읽기의 즐거움(Classics for Pleasure(2007))
9.08 네티즌리뷰 13건
마이클 더다 저|이종인 역| 을유문화사 | 200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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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쓴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그 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정도가 아니라 인정까지 받고 있다니. 참 행복한 사람이다. 부럽고 또 부럽다. 이런 사람의 글에서 우울함이나 비관 혹은 실망이나 혐오 같은 부정적인 낱말들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당연한 일이리라. 글은 그 사람 자체이므로.

뒤늦게 만난 '글쟁이' 마이클 더다, 그는 미국 최고의 유명 서평꾼 아니 서평쟁이이다. 그리고 서평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가! 우리는 그가 차려놓은 맛난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으면 된다. 요즘 말로 '참~ 쉽죠잉!'이다.

 

"전반적으로 보아, 나의 접근 방식은 비평가나 학자의 그것이 아니라 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독자의 그것이다. 자, 이제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 보라. 여기에 시험 따위는 없다. 그냥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이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 '들어가는 글'에서

그렇다.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에는 우리가 알 듯 말 듯한 혹은 덜 알려진 고전의 향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미국에서 책을 가장 잘 읽는 사람'인 지은이가 들려주는 나지막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는 좋은 책에 대한 소개와 아울러 글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미묘한 맛과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너그러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가 책 한 권 혹은 작가를 소개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한 줄 한 줄에서 혼자 보았으면 허투루 넘겨버렸을 문장들-그 책의 정수인지 아닌지는 몰라도-을 만나고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잠언과도 같은 그 말들이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글투' 혹은 '글의 맛'을 -그가 가려 뽑은 글까지 포함하여 - '너그러움'이라 말하고 싶다.

사실 한 사람의 개인이 책 한 권을 통하여 만날 수 있는 이야기는 살아온 경험 안에 한정된다. 우리는 그 한정지음의 틀을 벗어나기 위하여 여러 종류, 여러 가지의 책을 찾아 다니고 심지어는 서평들을 모아놓은 책들까지 뒤적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혼자 읽다 놓쳐버린 구절들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가리킴을 통하여 눈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놀라움과 함께 가슴 벅참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절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고, 수없이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지적하여도 자신의 가슴에서 우러나 깨우치기 전에는 불가능한 체험이다. 한마디로 너무도 달콤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고작 몇 줄의 문장만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맛난 책을 읽으며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는 예견되듯이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의 목록들이 자꾸 늘어만 가는 것이다. 배부른 고민이라고나 할까? 하여 책을 읽다가 멈추고 읽다가 멈추고 그냥 책 자체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만 가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끝끝내 다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온전하게 다 읽는다는 것은 이 책에 소개되는 작가들과 그들의 책들을 다 만난다는 것인데 어찌 쉬운 일이랴. 그냥 곁에 두고 막힐 때마다 뒤적이며 길 찾는 지팡이로 쓰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계는 있는 그대로이고 달라질 것이 없다. 많은 통로, 문, 경계지 등이 있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 시절은 어디론가 가 버렸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오래되었다. 우리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날씨도 예전에는 달랐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여름날은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구름은 아주 하얗고, 물은 아주 향기롭고, 그늘은 아주 깊고, 많은 약속으로 가득 차 있던 여름날…. 분명 과거 한때 그런 여름날이 있었다." - '제5부 일상의 마법'에 들어가며(186쪽)

 

이토록 가슴 저미도록 아름답고 설레는 글들에 취하여 지은이가 일부러 나누어 놓은 작가들의 구획도 내겐 별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책 안에는 고전의 향취만이 머무를 뿐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리라. "간단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아주 강력한 힘을 풍기는가 하면 아름답고 현명한 분위기를 띄우고,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195쪽) 그렇다. 그의 글,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그러하였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우리 인생에는 부모, 애인, 열정적 체험과 맞잡이인 책들이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끝내는 글'에서(476쪽)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들풀처럼`님은 2007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읽고 쓰기를 다시 시작한 새내기 리뷰어 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넘치는 관심을 쏟아지는 책들과 씨름하며 함께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2년째, '1日1作'의 목표로 책 읽기에 도전하는 중임. http://blog.naver.com/iammrblue
작가 소개미국을 대표하는 서평가로 활동 중인, 마이클 더다(Michael Dirda)
  • 1948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러시아 정교를 믿는 아버지와 가톨릭을 믿는 슬로바키아계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홀로 독서에 열중, 조숙함을 드러내며 주위의 주목을 받았다. 추리소설과 모험소설에서부터 도스또예프스끼까지, 그리고 [공산당 선언]에서 포르노그래피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장학금을 받고 명문 오벌린 칼리지에 입학한 뒤, 약간의 방황 끝에 문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고 이후 코넬 대학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부터 <워싱턴 포스트>에 문학 기사를 기고하기 시작해 같은 지면에 서평을 집필했다.

책 속 밑줄 긋기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은 소극(笑劇)이야

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은 소극(笑劇)이야. 가장 많이 웃는 사람이 그 소극을 가장 즐긴 자야. (35쪽)

"아티스, 나는 오래전 한때 당신을 사랑했어요." (111쪽)

"소수의 사람들이 사치를 마음껏 향락하는 동안 배고픈 대중이 생활 필수품조차 조달하지 못하는 이런 세상은 분명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243쪽)

추천도서책, 그리고 독서에 대하여 - '들풀처럼'님이 권한,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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