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가슴 한쪽 깊숙한 곳에
살며시 꽃씨를 뿌려 두는 일이다.
언제 어떻게 필지 모르는
이름 모를 씨앗 하나를
계절내내 가슴으로 품어
길러내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어두컴컴한 밤길을
눈을 감고 걸어 가는 일이다.
돌뿌리 많은 길을 지나
웅덩이 깊은 길을 건너
돌아오지 못할 길을
손잡고 걸어가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인적없는 강가에
모래 한줌 길게 던져
물살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 물살이 흐르고 흘러 강건너 저편에
두고두고 여운으로 남게하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지금껏 간직해온 감정과 의지,
그 반을 허물어 내는 일이다
그리고는 비워진 빈 틈새에
무작정 가슴을 들이밀어
나를 맡기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마음 한 쪽을 널찍이 비워내고
자꾸만 한 사람을 들이는 일이다.
서로 다른 몸체를 들이 맞대어
정을 치고 줄을 갈아
둘이 서서히 하나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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