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비소리 - 주요한

구름뜰 2010. 3. 4. 08:45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버리고

비는 뜰 우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으지러진 달이 실낮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우에 창밖에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주용한 문집- 새벽

 

1900년 10월 14일 출생.. 평양 신암리에서 목사 주공삼의 장남으로 출생하였으며

동경메이지학원 중학부를 거쳐 제일고등학교 현 도쿄대학 교양과정을 수학하였다.

메이지학원 재학시절, 일본에 소개된 프랑스의 신낭만주의 시인 폴 포르, 앙리 드 레이네 등과

서구 이미지즘 시인들의 영향을 깊이 받으며 시작 수업을 시작한 끝에,

1918년 중진 시인 카와지류코의 추천으로 일본 시단에 정식으로 등단,

 

후일 '밝은시'론의 기초 마련, 1919년 김동인과 함께 한국의 첫 문예종합지인 '창조'를 발간.

'불노리''해의시절' 주요 초기작 발표하면서 국내 시단에 충격을 주었다.

1924년'아름다운 새벽'을 간행 이후 상해 망명시절을 거쳐 1925년에 귀국이후 민요시 운동및

건강하고 밝은시 론을 폈다.

도산의 국내조직인 '수양 동우회'를 이광수와 더불어 이끌었다.

'창조' (1919)'아름다운 새벽'(1924)으로 대표되는 그의 시세계는 김억과 더불어 한국 근대시의

출발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시사적 가치가 있다.

 

근대시로의 이행과정에서 과도기적인 양상을 보였던 1910년대 이광수와 최남선의 시 및 '학지광'에

수록된 시들은 주요한과 김억에 와서 비로소 근대적인 주제와 형상적 요소들을 성취하였다.

그것은 부르주아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시적 주체의 확립이라는 성과와,

자유시형의 확립이라는 형상적 측면의 성과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주요한의 시는 한국의 근대시가 자유시로 발전하기 위하여 통과해야 했던

 '산문형 자유시'의 벽을 무너뜨린 귀중한 시사적 공헌을 하였다.

이 밖에 그의 시는 비록 그 관념적 측면이 문제시되고 있기는 하나,

한국 시사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밝고 건강한 시'의 전통을 초기에 세웠다는

점에서도 뚜렷한 시적 개성을 남기고 있다.

 

 

봄이외다. 내 살을 흐르는 피줄기를

어떤 혼이 와서 흔들었든지

뜨거운 가슴에 넘치고 솟아올라

황홀한 꿈속에 내 몸을 바칩니다.

 

사랑스러운 봄이외다. 님이여

당신의 웃는 얼굴에 해가 비치어

이슬에 피어나는 해꽃인가 하나이다.

당신은 이 노란버들이 곱지 않습니까.

 

고혹하는 봄이외다. 해가 저물어

공원에 번짝이는 전등빛이

소리없는 사랑의 기쁜정을 끕니다.

당신은 저 못가로 나가보지 않으렵니까..

 - 주요한 문집 -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