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나이듦, 그 편안함이 주는 여유..

구름뜰 2010. 3. 3. 19:16

   

 

이 나이쯤!  되면 둘이서 노는 것도 그닥 재밌지만은 않은것 같다.

너무 잘 알아서 무료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잘 통하는 이들과 어울려 노는게

더 재밌어 지는 시기가 이 나이쯤 인지도 모르겠다.

호르몬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특히나 여성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증상인것 같다. 

 

연휴와 결혼기념일이 겹쳐 월차까지 내  나흘간의 긴 휴가시간을 만들었다.  

지난 여름 갔었던 남해가 좋아 이번에는 여수 오동도 동백꽃을 탐하러 가기로 했었다. 

한데.. 바다건너 칠레의 지진과  연일 기상악화로 해안 여행, 특히 남해안 여행이 의미가 없어졌다.   

  

 

결혼기념일 여행을 둘이서 보다 친정부모님과 함께 동행한 적이 많아진것도 근래에 자주 그랬다.

올해도 그럴려고 작정하고 계획했었다. 몇 년 전 처음 동행하게 되었을때는 이왕 떠나는거 뒷좌석은 

빈좌석이니 함께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을때 기다린듯 좋아하셨다.

이후로 기념일 여행은 관례처럼 두분이 함께 했다. 

그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은 얼마나 큰 보람이 되는지.

첫 여행길에 아버지는 숙소의 상호까지 외우며 좋아하셨다.

아마도 돌아가 이곳에서 자고 왔느라고 증거대듯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라는걸 알기에

그런 모습조차도 기쁜 마음으로 즐겼었다.  

 

한데, 올해는 두분도 일정이 있다며 사양하셨다. 날씨도 그렇고 이래저래 떠나지도 못하고

시간은 많으니 하고는 동네 지인들과 어울려 놀았다.

대보름날엔 민속명절이라고 어울리고, 결혼기념일이라고 또 그냥보낼 수 없다고 어울리고..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는  무작정 바다라도 보러가자고 눈이 맞았다.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가 워낙 시원스럽게 뚫려서 포항은 마음만 먹으면 구미에서는 금방 닿는 거리다.   

 

 

포항을 마음 먹음과 동시에  나온 말 "막내고모랑 같이 갈까?" 였다.

생각이 깊고, 긍정적이고 화통한 막내시누는 사별한지 5년정도 되어 혼자지만 씩씩하시다.

나보다는 7살이나 많지만,  어디로 봐도 시누이 같지 않아서 나는 언니처럼 따르고 좋아한다.

 

가끔 짧은 여행길을 시누이와 함께 가는걸 우린 둘다 좋아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마음이 먼저다.

좋아하는 이유야 찾아보면 많겠지만 마음이 먼저가는게 맞다.

어제 같은 경우도 포항 생각했을 때, 내가 한박자 빠르게 시누이 생각난 것처럼, 

어디든 함께해도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는 사람이 있다.

"안그래도 떠나고 싶었는데" 라며 기꺼이 동행하는.

둘만의 시간도 좋기야하지만 함께하는 시간도 늘 매력적이다.

 

 

반대로 형제여도 편치 않은 이도 있다. 

남편의 형제는 팔남매나 되니 개성도 제각각이다.

지나온 세월만큼 묵은정이 들긴했지만 마음이 더가고 덜 가는 건 어쩔수 없는 것이다.

 

 

포항 죽도시장에는 단골 횟집이 있다.

볼때마다 딸 선자리 좀 봐달라는 사장님은 남편을 유독 좋아한다.

예전 대구에서 생산되었던 소주 금복주의 마스코트를 닮은 아저씨...

푸짐하고 푸근하게 생긴사장님은 우리가 갈때마다 고향사람 반기듯해서 포향가면 다른 곳엔 갈 수가 없다.

우리가 다녀간지를 그 사장님이 어찌 알까마는 우리는 포항만 가면 그곳으로 파고든다.

그 반가움이 좋아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끌림,

무언지 모르는 끌림,  마음이고 정 같은것,  나이 들수록 이런 끌림이 편하고 좋다.

 

 

좋은 사람들과 노느라 둘이서 보낸 시간은 제대로 가지지 못했지만 좋았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던가.

둘보다는 여럿이 어울리는 게 좋아지는 걸 보니 나이듦에서 오는 징표가 분명하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그닥 좋지만은 않았는데,

요즘은 내가 그만큼 편안해진 탓이기도 하리라.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나이듦이 싫지 않은 건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늘어가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에 온 손님!  (0) 2010.03.09
Mong -킬리만자로 커피..   (0) 2010.03.05
김연아의 눈물  (0) 2010.02.26
다시 시작이다  (0) 2010.02.26
한라봉!  (0) 201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