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봄날은 간다- 이향아

구름뜰 2010. 6. 22. 08:55

  

 

 누가 맨 처음 했던가 몰라
너무 흔해서 싱겁기 짝이 없는 말
인생은 짧은 여름밤의 꿈이라고
짧은 여름 밤의 꿈같은 인생
불꽃처럼 살고 싶어 바장이던 날
누가 다시 흔들어 깨웠는지 몰라
강물은 바다에서 만나게 될 거라고.
실개천 흘러서 바다로 가는 길
엎드려 흐느끼는 나의 종교여,
나를 아직도 용서할 수 있는지.
꽃이 지는 봄,
땅 위에 물구나무 서서
영원의 바다 같은 하늘을 질러
나 이제 길을 떠나도 돌아올 수 있는지,
봄날은 간다.
탈없이 간다.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증이며 샘물인 - 정현종  (0) 2010.06.25
원시遠視 - 오세영  (0) 2010.06.23
곶감과 수필 - 윤오영  (0) 2010.06.20
낙화 - 조지훈  (0) 2010.06.18
이별시... 오광운   (0) 201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