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받아쓰기

구름뜰 2010. 12. 19. 12:51

 

세상에서 받아쓰기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굴까

 

 

받아쓰기만 하면 백 점 받는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어르신들 모여 받아쓰기 한다.

'집'이라고 쓰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되고

'짚'이라고 쓰면 벼를 털어낸 풀이 되는 게

보고 또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ㅂ'과 'ㅍ'은 모양도 비슷한데

집을 만들고 짚이 되는 것이

'입'이 되고 '잎'이 되는 것만큼이나 신기하다.

 

그림으로 집을 그리고 짚을 그리면 너무도 다른데

짚으로 집을 만드는 게 옳은데

받아쓰기를 하니 너무나 비슷하다

잘못 써도 지우개로 지우면

짚이 집이 되는 것처럼

세상의 먹고 사는 일들을

이렇게 바꿀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나비, 나이, 나무를 쓰면서

날아다니다가, 내 주름 속에 있다가 , 산에 갔다가

신기한 글자 여행을 한다.

 

세상에서 받아쓰기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

꿈을 받아쓰는 사람들

행복을 받아쓰는 사람들

살아야 할 이유를 받아쓰는 사람들

-홍계숙

 

시를 직접 쓴 이가

낭송하는것을 듣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앎에 대한

신기한 기쁨들이 갈피갈피 느껴졌다.

 

꿈을 받아쓰고,

행복을 받아쓰고

살아야 할 이유를

받아쓰는 사람들

 

아름다운 것은 

감동이 먼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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