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작은 아이는 기숙사에서 퇴실하거나 입소할때 택배를 이용한다.
저는 맨몸으로 왔다갔다 하고 이불을 비롯한 온갖 짐들은 택배사 도움을 받는 것이다.
포장만 해 놓으면 수거해가고 집안까지 배달해주니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인지.
내가 해 줄것은 착불요금을 치르는 일 말고는 없다.
이번에도 겨울방학을 맞아 택배로 보내고 저는 몸만 달랑 먼저 왔다.
다섯 박스를 보냈다는데 월요일날 두 박스가 먼저 왔고
화요일인 어제 마지막 세 박스가 올 예정이었다.
어제 아침, 경비실에서 안내방송을 했다.
우리 라인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오후 4시까지 수리를 해야 하니
불편하더라도 좀 참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택배 올텐데'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 일이 아니어서 그러고는 잊었다.
오후 3시쯤 되었을까..
초인종 소리에 인터폰을 보니 땀범벅이 된 아저씨가 보인다..
보나 마나! 여서 얼른 문을 열고 보니,,
아저씨 키보다 높게 쌓인 박스 3개가 먼저 눈에 든다..
"아이고, 아저씨 걸어서 오셨죠? 엘리베이터 고장난것이 오늘 처음인데 미안해서 어쩐다죠?"
숨을 헉헉대며 누굴 원망하겠느냐며 거의 달관한 표정의 아저씨 왈.
"9층에도 한번 갔다 왔어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오늘이 하필 장날이네요."
4층이라서 9층보다 낮다고 하신 말씀 같았지만,
3개면 12층인 내겐 더 미안한 말이었다.
착불요금에다 음료수라도 사 드시라며 잔돈은 거부했더니
반색하며 계단을 후다닥 내려 가셨다.
엘리베이터 고장난 것이 처음인데, 함께 붙인 짐이
하루차이로 나뉘어 진 것도 그렇고, 인생 참 계획대로 안되고
경우의 수 들은 얼마나 많은지.. .
우리 살아가는 모습도 하루하루 변화의 연속이다
보려 들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일들도 있지만 변화무쌍하다.
몸도 마음도 그렇다. 어느 때는 몸이 먼저 아프고, 어느 때는 마음이 먼저다..
건강할 때도 있고 심신이 다 지칠때도 있다..
그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견디는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곁에 있는 사람 외의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때면 음악이나 시가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인생 뭐 있어!'라며 의기투합하여,
밤 늦도록 마음 잘 맞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여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잘 넘어가지 않은 일, 삼켜지지 않은 일은 때론 술술 잘 넘어가는 술로 넘겨보는 것이다.
주소만 있으면 보내고 받을 수 있고, 인편으로 주고 받던 옛 방식을
그대로 전수 해 쓰고 있어서 기다리는 물건을 택배로 받는 즐거움은 크다.
작은 아이 어릴적 말 안들으면 "택배로 할머니 집 보낸다."
이런 농담을 했었는데 ..앞으로 택배 시장이 무한 진화 한다면 그런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운 사람, 그리운 마음을 배달해 주는 방법은 어떨까..
주소를 몰라도 내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거나
보고 싶은 사람의 안부를 전해주는 서비스,
인편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에게까지 가지 않더라도 술을 통해 위로가 가능하듯
사랑의 메신저인 '인편'만으로도 위로 받는 그런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첨단이 되어 갈수록 사람과 사람사이의 가교 역할로
가장 필요한 서비스 직종으로 택배(인편)는 그렇게 전환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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