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봄비

구름뜰 2011. 4. 7. 08:53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변영로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마음도 있고,

올 사람을 못 오게 하는 마음도 있지요.

우리 삶은 언제나 지금이고 현실이어서

냉혹하고 엄중합니다.

하고 싶다고 다 하고 살수는 없지요.

 

어느 시인이 그러더군요.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그늘지고 습하고 어둡고 구차한 것과 더 닮아있습니다."

"다 채워진 곳에는 부족함이 없어서 더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그 곳, 냄새나고 누추한 곳이 사람냄새 나는 곳입니다." 라구요..

아! 위로는 이런 것이구나!

낮아지고 낮추었을 때 갖게 되는 평안이구나!

 

세상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그래서 더 높은 곳만 보고자 했던,

내 욕심이 

위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이런 답을 찾았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않아서

할말이 있어도 침묵할 수 있어서 

그래서 아름다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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