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리도 가끔은 쓸 만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피는 꽃이든 죽는 사람이든
살아 시퍼런 소리를 듣는거야
무슨 길들은 소리 듣는 거보다는
냅다 한번 뛰어보는 게 나을껄
뛰다가 넘어져 보고
넘어져서 피가 나 보는 게 훨씬 낫지
가령 <전망>이라는 말, 언뜻
앞이 딱 트이는 거 같지만 그보다는
나무 위엘 올라가 보란 말야,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란 말이지
내 머뭇거리는 소리보다는
어디 냇물에 가서 산 고기 한 마리를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걸
확실히 손에 쥐어 보란 말야
그나마 싱싱한 혼란이 나으니
야음을 틈타 참외서리를 하든지
자는 새를 잡아서 손에 쥐어
팔딱이는 심장 따뜻한 체온을
손바닥에 느껴 보란 말이지
그게 세계의 깊이이니
선생 얼굴보다는
애인과 입을 맞추며
푸른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행동 속에 녹아 버리든지
그래 굴신자재(屈伸自在)의 공기가 되어 푸르름이 되어
교실 창문을 흔들거나 장천(長天)에
넓고 푸르게 펼쳐져 있든지,
하여간 사람의 몰골이되
쓸데없는 사람이 되어라
장자(莊子)에 막지무용지용(莫知無用之用)이라
쓸데없는 것의 쓸데있음
적어도 쓸데없는 투신(投身)과도 같은
걸음걸이로 걸어가거라
너 자신이되
내가 모든 사람이니
불가피한 사랑의 시작
불가피한 슬픔의 시작
두루 곤두박질하는 웃음의 시작
그리하여 네가 만져본
꽃과 피와 나무와 물고기와 참외와 애인과 푸른 하늘이
네 살에서 피어나고 피에서 헤엄치며
몸은 멍들고 숨결은 날아올라
사랑하는 거와 한몸으로 낳은 푸른 하늘로
세상 위에 밤낮 퍼져 있거라
-정현종
생각만 하지 말고, 나가서 보라고,
경험하고 또 경험해 보라는 것,
리얼리티가 필요하며, 그에서 캐치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감각적 경험을 거쳐보라는 것,
꽃과 피와 나무와 물고기와 참외와 애인까지~~
사랑하는 거와 한몸으로 낳은 푸른하늘로
세상 위에 밤낮 퍼져 있으라는 것,,
교감이나 영감, 예감이
어떻게 어떤 계기로 올지 모르므로,
풀어놓고 기꺼이 영접하기를
그리하여 기다리다
다가오면 잡기를,
잡으면 바로 쓰기를.
시인에겐 '이렇게 해보라'는
가르침도 詩가 됩니다.
이 현란한 아름다운 색은 양귀비 입니다.
구미시청 앞 인도와 차도 사이 화단에 피어있는데,
색감이 워낙 독특해서 그 어떤 꽃보다 눈에 잘 띄는 꽃입니다.
그래선지 박완서 선생님은 이 꽃을 아무리 먼곳에서 봐도
한 눈에 드는 요상한 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한지를 잔뜩 구겼다가 편 결같은 꽃결이 다른 꽃들과는 달라도 많이 달라 보입니다.
사진속엔...
어제 오후의 눈부신 햇살도 있고, 양귀비에 취한 마음도 있습니다.
나처럼 가던 길 잠시 멈춘 행인들의 눈길도 있습니다.
꽃향기를 맡거나 이꽃만큼 어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풍길도 생각납니다.
이날을 위해 모종을 다듬었을 나이든 공공근로자들의 수고도 있습니다.
내가 내 것으로 누리는 것들은 보이지 않지만, 가늠할 순 없지만,
누군가의 배려와 수고 덕분이라는 것
그래서 내가 나일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곳은
어쩌면 저 햇살이나 길가의 양귀비에게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므로 세상은 나로 인해 당신으로 인해
풍요로워 지는 삶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