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신문이야기...

구름뜰 2011. 8. 23. 18:05

홍보실(구미 시청) 한켠에는 임자 없는 책상이 하나 있다 

주인이라면 매일 아침 쏟아져 나오는 신문들이다.

홍보실에는 중앙지 기자부터 지방신문, 그리고 인테넷 언론사 기자들까지

드나드는 기자만도 80명이 넘는 곳인데. 너무 가까이 너무 멀리할 필요도 없다는

기자 대하기 불문율 때문인지 공기 흐름도 멜랑꼴리한  곳이다.. ㅎㅎ

 

 

 

 

이 무수한 활자속엔, 간밤 소식부터 묵은 일들이지만

이제서야 세상빛을 보는 이야기들, 사건 사고들까지.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부터 무겁고, 추하고, 엄청스럽기까지 한,

세상 별의별 단면들이 다 들어 있을 것이다.

현장을 뛰어다닌 기자님들과, 언론사 편집국의 마지막 눈길 손길까지.

무수한 지식인들의 수고와 땀이 어린 그날 그날의 꿈틀거리는 살아있는 뉴스들이다.

 

TV 뉴스를 보다 보면, 뉴스가 뉴스 아니다 싶을때가 많다.

반복되는 뉴스는 이미 뉴스로서의 기능상실 아닐까.

그에 비하면 신문은 분량도 방대한 만큼 볼것도 다양하다. 

 

매일 오는 신문을 빠지지 않고 보는것도 제법 부지런해야하고 습관이 들어야 한다.  

보지 않아서 쌓여만 가는 신문은 해소못한 노폐물처럼, 심기 불편한 더미로 신경 거슬린다..

하지만 보기 싫도록 일주일정도 정체되고 나면 슬슬 버리고 싶어진다.

대충 훌터보고 버리는게 정석인데 어느때는 그것도 귀찮아서

'에이 모르는게 더 편해, 너무 진지하게 볼 필요 없어,,

스트레스만 쌓이는 걸, 나하고 상관없는 얘기들 뿐' 이라고

합리화 시킨다 그러고 나면 버리기도 쉬워진다.ㅎㅎ

게을러 보지 못한것도 스트레스가 되어 합리화로 날려버리는 셈인데.

인간의 방어기제 중 가장 모순적이며 편향적인 것이 자기 합리와 아닌가 싶다.ㅎㅎ

 

신문 버리기가 잘 안되는 내 친구는 쌓아두기가  취미겸 특기다.ㅎㅎ

어느 때는 탑을 이뤄 살짝만 건드리면 넘어질것 같은 미끄러지기 일보직전일 때도 있다. ㅎㅎ

사실 거의 항상 그렇다. 언젠가 볼려다 미끄럼 타는 신문더미 때문에 곤욕을 치른적이 있어서

친구네 탑은  다시는 안 건드린다. 눈요기뿐... ㅎㅎ

게으름도 습관이다, 우리 살아가는 모습은 습관들의 결정체 이지 싶다.

 

어쨌거나 신문에  감사할 일은

발로 뛰어다닌 기자님들의 수고만큼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고마움이다.,

그리고 그 어떤 분야보다도 문학계에 미친 영향이다.

골방에서 글쓰기 작업에 몰두한 작가들의 정신이 지면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렇게 우리 문학사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근 현대화과정에서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이 그 지면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노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식민 시절 문학이 주는 깊고 넓게 우리삶을, 우리의 미래를 성찰토록 해준

보석보다 맑은 정신들을 담아내는 역할까지. 

그 덕분에 우리 지성사도 발전을 거듭해 오지 않았나 싶다.

 

한번 할애된 지면은 평생의 기록으로 남는다.

빼앗긴들에도, 보섭대일 땅에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은 왔고,

그 암울함속에서 꿈같은 봄을 기다리는 정신들은

그렇게 불씨처럼 부엌아궁이 저 잿더미 안에서 살아 남았던 것이다.

 

한번 인쇄된 글자는 바꿀수도 지울수도 없다.

하루치의 생명력 뿐인것 같이 매일 나오는 신문이지만,

오늘날에도 말과는 다른 글의 힘을 신문은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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