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하면 대명사처럼 윤석화씨가 떠올랐던, 윤석화하면 아그네스였던,
그 시절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지난 금요일저녁 기회가 왔다.
풀타임( 1시간 50분 정도)으로 진행되었다.
흑색으로 처리한 무대배경과 책상하나 의자 둘, 그리고 극중인물 세사람이 무대의 전부였다.
깔끔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딴생각 하나도 안 들도록 집중할 수 있은 작품이었다.
인상적인 대사는. 정신과의사 리빙스턴이 미리암 원장수녀에게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지만 평생을 당신들보다 더 착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은 영적 위선을 저지르고 있다. "
21 살의 견습수녀 아그네스가 최면상태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 장면을 기억해내고 절규하면서 쏟아낸 말,,
"아이를, 아이를 돌려주기로 했다. 하느님께...."
풀타임 내도록 거의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닥터 리빙스턴(좌)의 엄청난 분량의 대사,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는 아그네스의 연기,
특히 앙칼진 악마에서 순결한 천사로까지 한 호흡에 넘나드는 목소리 성향은
관객들을 수시로 소스라치게 할만큼 뛰어난 테크닠을 발휘했다.
옆에 앉은 친구와 말한마디 나눌만큼의 틈새도 주지 않는 극 전개였다.
애창곡 한곡 몰입해서 듣는 정도의 시간같았다.
사물도, 생각도, 사람도, 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편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극중에서 '뫼비우스의 띠' 얘기가 나왔다.
모두가 한 존재라는 것,
가득찼지만, 드러나지 않는 외면속에 갖혀진 내면
몸이 먼저 갈땐 마음이, 마음이 먼저 나서는 곳에선 몸의 역할이 필요한,
선, 악도 서로의 단면이라는 것,
불교에서는
이것이다 하는 것 부터가 저것이다라는 저편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 처럼,
저편도 인식할줄 아는 이편보기, 그런것 같기도 하다.
아그네스를 보고 든 생각은,,
지금 내 삶은 내가 떠나면 그만인 것 같지만,
그것이 행위든 그 무엇이든,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내 후손의 후손에게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것 하나만 명심해도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