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쑥부쟁이 사랑

구름뜰 2011. 9. 21. 15:55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있어도 보인다

-정일근

 

쑥부쟁이를 사랑하면

쑥부쟁이만 보인다.

몰랐을 때는 눈뜬 장님이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다른 건 눈에 들지도 않는다. ㅎㅎ

제가 나를 알아본건지,

내가 저를 알아본건지 몰라도 

이름 불러주는 일,

관심은 가지는 일,

이런 사소한 것들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더웁게도 한다.

내 눈에만 보이는 꽃이 있을까마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꽃은 있다. 

 

숨어도 보이는 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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