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4.5초!

구름뜰 2011. 12. 30. 10:07

 

 

 

"아! 평화롭구만....,"

"벌써 3일 째네!!"

"4.5초는 너무 짧아!"

첫휴가 나온 아들이 순간순간 뱉어낸  탄식들이다.

4,5초!  숨을 잠깐 멈추어도 견딜만한 호흡과 호흡 사이 정도의 시간,

4.5초는 4박 5일 첫휴가의 은어라고 한다.

 

"집이 제일 좋아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어요."

"어젯밤엔 잠도 설쳤어요."

"px 물품이 싸서 엄마 아빠 선물 사오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못 샀어요."

"시급이 200원 이라서 한시간 목숨 걸고 근무해도 자판기 커피 한잔값도 안돼요."

"면회는 제가  병장 되었을 때나 한 번 오세요."

 

훈련병 5주차 수료를 기념하던 첫 면회날,

눈자위가 그렁해지는 저만 두고 돌아오면서 마음 짠하더니,

그 면회후 가슴이 이상해져서 차라리 아니 만나는 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하니,  최고참으로 지낼때나 한 번 오라는, 

자식, '어록'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가관이다. 

 

칠흙같은 밤 산중턱에서 보초서는데 먼데 아파트 불빛이 부러웠다던,

'집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들더라는.

그 곳에서야  이 곳이 좋은 줄 알았다는. 스무살 요녀석을 어쩔까.

 

축구경기에서 제가 속한 소대가 이겨서 

공 한번도 안차고 첫휴가를 곱배기로 얻었으니 세상 다가진 듯 신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기 앞에서 선임 대하듯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공격!" (부대 경례 구호다) 손은 올라가지 않았지만 잔뜩 쫄아서는

어쩌고 저쩌고 통성명 상황보고 4곳에나 했다.

 

시급 200원으로 전락한 녀석이 기특해졌다.

그때 뿐이라고, 제대하면 또 달라진다고들 하지만,

애미 맘이야 지금 저 모습 시급이 아무리 달라져도 변치 말았으면 좋겠다.  

대충 듣는 척 했지만 돌아서면 잊어 버릴까 생각나는 데로 기록해 두고 싶은 말, 말, 들이다. 

  

4.5초 같은 짧은 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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