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구름뜰 2012. 2. 2. 09:37

 

 

 

 

구미에 눈다운 눈이 내렸습니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떠 오릅니다.

내가 나탸샤를 사랑해서 눈이 푹푹 내린다고 했던

백석이 백설처럼 온 날입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봉곡도서관입니다.

 

 

 

부지런한 손길,

고마운 손길들이 보입니다,

휴계실에서 내다 본 풍경이 제법 입니다.

일년에 한 두번 볼까말까한 풍경이지요.

 

 

 

 

 

걸어서 김천 가는길!!

 

 

 

 

 

 

 

 

 

 

 

 

 

 

 

밤새 보태고 또 보태어 쓰고도

아직 못다한 말들은

폭설처럼 그칠 줄을 모릅니다

 

우리 그리움에 첩첩히 막혀

더 갈데없는 곳 까지 가볼까요?

 

나 참 바보 같은 여자지요?

눈 오는 먼 나라 그 닿을 수 없는 주소로

이 글을 쓰고 난 정말 바보지요?

그래도 오늘 소인까진

어디서나 언제라도 유효하면 어떨까요?

 

끝없이 지루한 발자욱처럼 눈발,

어지럽게 쏟아지는 한길과

빨갛게 발 시린 우체통이

아직 그 자리에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군요

한편에서 클룩이며 숨 가쁘게 달려온 제설차가

눈길을 쓸어 거두어 위급히 병원 쪽으로 사라집니다.

 

아 그렇군요

내 그리움도 이렇게 마냥

응달에 쌓아 두어선 안되는 거군요

아직 남은 추위 속에

위험한 빙판이 될 수 있겠군요.

 

슬픔에 몸둘바 몰라

저 어둔 허공 속 지치도록 떠도는 눈발처럼

나 당신 기억 속에 쌓이지 말아야 했군요

 

그러나

그러나 그 사랑이 전부이고 다인 나에게는

해마다 어디로든 추운 겨울은 오고

큰 눈 도무지 그치지를 안네요.

- 박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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