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 눈다운 눈이 내렸습니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떠 오릅니다.
내가 나탸샤를 사랑해서 눈이 푹푹 내린다고 했던
백석이 백설처럼 온 날입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봉곡도서관입니다.
부지런한 손길,
고마운 손길들이 보입니다,
휴계실에서 내다 본 풍경이 제법 입니다.
일년에 한 두번 볼까말까한 풍경이지요.
걸어서 김천 가는길!!
밤새 보태고 또 보태어 쓰고도
아직 못다한 말들은
폭설처럼 그칠 줄을 모릅니다
우리 그리움에 첩첩히 막혀
더 갈데없는 곳 까지 가볼까요?
나 참 바보 같은 여자지요?
눈 오는 먼 나라 그 닿을 수 없는 주소로
이 글을 쓰고 난 정말 바보지요?
그래도 오늘 소인까진
어디서나 언제라도 유효하면 어떨까요?
끝없이 지루한 발자욱처럼 눈발,
어지럽게 쏟아지는 한길과
빨갛게 발 시린 우체통이
아직 그 자리에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군요
한편에서 클룩이며 숨 가쁘게 달려온 제설차가
눈길을 쓸어 거두어 위급히 병원 쪽으로 사라집니다.
아 그렇군요
내 그리움도 이렇게 마냥
응달에 쌓아 두어선 안되는 거군요
아직 남은 추위 속에
위험한 빙판이 될 수 있겠군요.
슬픔에 몸둘바 몰라
저 어둔 허공 속 지치도록 떠도는 눈발처럼
나 당신 기억 속에 쌓이지 말아야 했군요
그러나
그러나 그 사랑이 전부이고 다인 나에게는
해마다 어디로든 추운 겨울은 오고
큰 눈 도무지 그치지를 안네요.
- 박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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