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성형외과 나들이..

구름뜰 2012. 2. 13. 10:25

 친정엄마는 활달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시고 아버지는 섬세하고 꼼꼼한 편이다. 화분에 물을 주거나 꽃이 핀 것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아버지라면 집안의 큰 결정에는 한수위! 대범함을 보이는 것이 엄마다. 작년 칠순이었던 엄마의 유일한 사회활동은 경로당 총무 역이다. 그저께 갑자기 호출하는 바람에 함께 성형외과 나들이에 동참 상안검과 하안검 수술까지 당일에 마쳤다.

 

 상안검은 윗눈커풀이 처지는 현상으로 자연스런 노화현상인데 이것을 방치해두면 시력을 약화되고 볼때마다 찡그리게 되므로 이마의 주름살이 늘게되는 원인도 된다고 한다. 하안검은 눈밑 양쪽으로 피부가 늘어지는 현상인데 불룩하게 쳐지게 되어 나이들어 보이는데 이것을 잘라내고 아이라인 쪽을 당겨서 시술하므로 훤씬 젊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상안검과 하안검은 시술 5일 후면 실밥을 빼고 한달 정도만 눈을 비빈다거나 하는 등의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된다.

 

 상담에서 당일수술 수술후의 모습까지..나도 몇 년 후쯤 그대로 겪어야 할 일 같아서  세심하게 봐둘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도 엄마처럼 저럴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구는 구미보다 20% 정도 비쌌다.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인데 원장님 다시 들어오라시더니, 거울을 보라며 이쑤시개 굵기의 긴 나무 막대로 엄마의 앞 눈매가 수술후 뒤로 당겨지는 현상때문에 저절로 이렇게 날카로워 질수 있다며 살짝 재현해 주셨는데 그걸없애려면 앞트임이라는 걸 해야하며 비용은 30만원더 추가라고 하셨다.

 

"좋아지자고 하는데 인상이 나빠지면 어쩌냐고 안될일 이라며 구미보다 비싸서 십만원이라도 깍고 싶던 찬데 안 깍을 테니, 선생님 기술을 내게 봉사하는 셈치고 하는 김에 공짜로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경로당 총무인데 수술하는 것을 보고 해야겠다는 친구들이 많으니 잘만되면 소개할 사람도 많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제안에 어벙벙해진 선생님 이렇다 저렇다 말대꾸할 상황 못되도록 선생님의 은혜로운 의술 서비스를 베풀라니, 각박하게 거절도 못하고  마음좋은 미소만 지으셨다. 

 

 칠순이 넘었지만 천상여자라는 것, 사람을 대하는 관록이나 임기응변력엔 나보다 한 수 위인 엄마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헛똑똑이인지 내게 맡겼다면 깍는 것도 소질 없거니와 " 잘 만 해달라"고 당부하지 않았을까.. 두시간이 넘는 수술동안 엄마의 수술에 의사선생님이 특별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도록 쐬기를 박았고 비용까지 챙기셨으니 절로 웃음이 났다. 돈보다는 의술서비스로 접근한 그 제안은 삼십만원의 값어치를 무색케한 압권이었다. 그리고 수술후 수술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셨는데 나는 포복졸도 할 뻔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수술을 받았는데 "딸이 있어 좋겠다"는 말씀에 말도 마라며 자신은 전혀 하고 싶지도 않은데 저 딸이 작년부터 하라고 하라고 졸라대서 하게 되었으며, 비용도 딸이 다 대노라며 시집을 잘 가서 '사'자 사위까지 두었노라고 뻥을 쳤다는 것이다.

 

 경로당 친구 중 판사 아들을 둔 친구가 2명있는데 두 분 다 워낙 검소하고 나서는 걸 싫어 한다고 하신다.  그 '사'자 아들 둔 친구가 부러웠던지 엄마는 친구들이 못한 행세를 제대로 해 본 것이다. 그 애먼곳에서 써먹은 허풍이 먹혔을지 안먹혔을지는 모르지만, 당신과 딸의 위상은 한 껏 높이지 않았을까 싶다. 

 

 당신의 일임에도 좋은 일이면 어떻게든 자식과 연관지어 자식들의 뜻으로 공을 돌리는 모습, 당신 혼자로선 채워지지 않은 그 빈곳을 자식을 빌어와 채워보고 싶은 공허의 다른 모습일까. 내가 채워주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나를 빌어다 채우는, 나는 엄마를 통해서 대체로 효도라는 미명아래 자기만족감 같은 졸렬하고 사치스런 감정뿐이었으니 누가 누구를 연민할 수 있을까. 딸은 엄마 닮는다는데 나는 아직 멀었다. 

 

 

 

성형외과 병원대기실 한쪽에 걸린 족자의 윗부분이다. 이후에도 한참 글이 진행되는데

 

<그런데....>라는 문장 뒤에는 그런데 00성형외과에 온 뒤 부터는  

어쩌고 저쩌고로 연결되어 광고라는 느낌이 팍 났다..

물어보니 병원에 다녀간 환자가 보내준 글로 만들었다는데. 

상호는 자기네가 넣었다고 했다. 

상호때문에 턱 막히니,

상호를 맨 아래줄로 가져다 놓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여운도 공감도 가능한 것이 어디 문장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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