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어떤 품앗이

구름뜰 2012. 3. 23. 19:42

 

 

 

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 자줬다

 

구 년 뒤, 한천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청동댁이 한천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 자줬다

 

다시 십일 년 뒤, 청동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한천댁이 청동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 자줬다

 

연속극 켜놓고 간간이 얘기하다 자는 게 전부라고들 했다

 

자식새끼들 후다닥 왔다 후다닥 가는 명절 뒤 밤에도

이 별스런 품앗이는 소쩍새 울음처럼 이어지곤 하는데

 

구복리댁은 울 큰어매고 청동댁은 내 친구 수열이 어매고

한천댁은 울 어매다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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