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소를 웃긴 꽃

구름뜰 2012. 3. 8. 09:42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거야

소는 간지러웟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윤희상

 

열지어 나는 새떼가 눈높이로 들 때.

그런데도 뿌연 하늘은 무심해 보일 때

서운했던 바람의 하소연이 들릴 때.

마음이 저기서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때

그것을 물끄러니 돌아보거나

기다려주는 일, 

그럴때 볼 수 있는 게 소의 웃음같은 것 일까. 

 

가로등 불빛이 밤하늘 될 때 있다.

눈은 감고 있으되. 

등불하나 받쳐들고 드는 동굴속 같다. 

할 일 제쳐둔것도 아닌데

무얼 찾겟다고 무얼 하겠다고

어쩌자고

감은 눈 무색하게 밝은 지

 

나는 꽃 옆에만 가도 

중심을 잃을래나,

소도 웃고

나도 웃고

꽃은 제 존재감에 놀라서 웃을래나

꽃의 눈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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