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 쥔 에이 포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어, 처박힌 종이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어오르다, 이내 잠잠
해 진다.
종이도 죽는구나
그러나 입 콱 틀어 막힌 그 마음의 밑바닥에 얼마나 오래 눌어붙어 붙어먹었으면,그리고 그
무거운 암흑의 산도를 얼마나 힘껏 빠져 나왔으면 그토록 환하게
뼈 부러지게 기뻤을까
누가, 날 구겨 한 번 멀리 던져다오
-문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