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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자연환경연수원 가는 길입니다.
꽃을 보는 심사가
제각각이겠지만,
님만 할까요.
꽃도 좋지만
님과 함께 꽃길을 걷는다면,
이봄엔
가는 곳마다
꿈같은 꽃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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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
여한 없이 핀 가지마다 눈이 즐겁고
반쯤 벙글어 손을 꼽게 하는 나무도 있구나
한두 송이 피우다 이내, 지우는 나무 아래 섰다
내 생은 어느 나무로 피고 있는가?
-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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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처럼 져내려도
남녀가 같이 있는 것만큼 기쁜 일 어디 있겠습니까.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기만 한다면 달도 해도 맘대로 방 안에서 띄우고 저물게 할 것입니다. 서로 그리워만 한다면 함께 누운 곳마다 수풀 생기고 산과 계곡이 낳아지고 냇물과 강이 분만된 새 세상이 매일 아침처럼 돋고 저녁처럼 지는 것을 함께 볼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사랑으로만 살기 원했듯 사랑만으로 죽는 것도 좋습니다. 벚꽃처럼 화려한 절정에서 한꺼번에 이 세상 모든 게 져내려도 좋습니다. 함께 있어서 좋은 관계만큼 아름다운 꽃나무도 없고 향기롭게 설레는 일은 도무지 없습니다. (김하인·시인,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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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필 때
꽃봉오리가 봄 문을 살짝 열고 수줍은 모습을 보이더니
봄비에 젖고 따사로운 햇살을 견디다 못해 춤사위를 추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봄소식을 전하고자 향기를 내뿜더니 깔깔깔 웃어 제치는 소리가 온 하늘에 가득하다
나는 봄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없거늘 너는 어찌 봄마다 더욱더 화려하게 사랑에 몸을 던져 빠져버릴 수가 있는가
신바람 나게 피어나는 벚꽃들 속에 스며 나오는 사랑의 고백 나도 사랑하면 안 될까 -용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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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는 건달같이
군산 가는 길에 벚꽃이 피었네 벚나무는 술에 취해 건달같이 걸어가네
꽃 핀 자리는 비명이지마는 꽃 진 자리는 화농인 것인데
어느 여자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
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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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어떤 감미로운 속삭임으로 자릿자릿 구워삶았기에 춘정이 떼로 발동했을까
튀밥 튀듯 폭발한 하얀 오르가슴 쫓아 겨우내 오금이 쑤시던 꿀벌들 실속 차리느라 살판난 강가
꽃샘이 끼어들도록 방관하더니 본분 잃지 않고 서두르는 걸 보면 봄바람아, 너 정말 오지랖 넓다
화끈한 누드쇼 이끌고 방방곡곡 사람사태 나도록 쏘삭거리는 일 참말로 잘하는 짓이다 -권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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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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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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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질 때
벚꽃잎 사이로 환한 햇살이 쏟아질 때마다 그대는 속삭인다. 당신의 눈길은 참 아름답다고
벚꽃 나룻길 너머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대는 속삭인다. 당신의 손짓이 그리울 거라고
강물 위에 벚꽃잎 질 때마다 흔들리는 몸짓으로 그대는 나즉이 속삭인다. 다시 올 때까지 내 향기 가슴에 담아두라고 -이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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