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수묵 정원 9 - 번짐

구름뜰 2012. 6. 13. 21:04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채 번져서
봄 나비 한마리 날아온다

- 장석남

 

요즘 나를 모닝콜 하는 새는 뻐꾹이다. 

이른 아침, 더러 참새 서너마리가 인사를 하기도 하지만, 

녀석들은 폴짝이며 저들끼리 노는 소리인데 그것들을 내려다 보는 정겨움도 있다.

산새 소리라면 뻐국이가 으뜸같다.

탁란한 알 걱정에 우는 울음이라면,

익숙해지라는 울음이고, 걱정말라는 주변에 있다는 울음이며

애끓는 모정일 수도 있을것이다. 

 

숲에서 나는 소리라면, 비 올때 소리는 정말 독특하다. 

나뭇잎에 비가 내리는 소리는 숲이 부산을 떠는 소리다. 

조용하던 숲이 가끔 새소리만 있던 숲이 일제히 아우성치는 숲도 나무도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가만히 귀기울여 듣게 되는 쇨가 산에 내리는 비소리다.

 빗소리가 가장 생동감 있는 곳이 산속아닐까. 

 

꽃이 번지고, 소리가 번지는 공간, 허공, 사이 관계.. 너와 나의

빈 것 같지만 비어서 채울 수 있고, 이어진 공간,

비어서 빈 것이 아닌 사이, 매개체이고 변화무쌍한 그 무엇인 공간,, 

사이는 여백이고

여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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