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국수가 먹고 싶다

구름뜰 2012. 10. 3. 08:43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 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마음이 편애나 편견으로 기울 때

말하자면 평정을 잃고 싶을 때가 있다

머물다 갔으면 좋겠는 바람이 스쳐가기만  할 때가 그렇고

외면한 갈망이 아직 내 것일 때도 그렇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과

따뜻한 국수를 먹고 싶다'

정신이 몸의 허기처럼 꼬르륵 거릴 때

후루룩 국숫발처럼 단숨에 들이켜지는 그리움

먹고 싶다

 

'싶다'는 말, 마음 같은 말,

'싶다'는 말, 혼자먹는 밥 같은 말, 

세끼밥에도 허기진 외로움은 '싶다'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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