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11월

구름뜰 2012. 11.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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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배한봉

 

늑골 뼈와 뼈 사이에서 나뭇잎 지는 소리가 들린다

햇빛이 유리창을 잘라 거실 바닥에 내려놓은 정오

파닥거리는 심장 아래서 누군가 휘바람 불며 낙엽을 밟고 간다

늑골 뼈로 이루어진 가로수 사이 길

그 사람 뒷모습이 침묵 속에서 태어난 둥근 통증 같다

누군가 주먹을 내지른 듯 아픈 명치에서 파랗게 하늘이 흔들리고 있다

 

 

 

 

 

11월은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처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란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11월 /김호진

 

가로수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다

대낮에 바람과 몸 섞으며 깔깔거렸다

엿보던 마음이 한눈파는 사이

잠깐 얼굴 붉히는가 했는데

이내 예고도 없이 한꺼번에 홀딱

옷을 벗어버리고 만다

저 당돌함이 못내 부럽다

나는 옷을 한 겹 더 꺼내 입는다

당동해진 저 은행나무 향하여

숨겨야 할 세상 하나 더 껴입는다

 

 

 

 

11월의 노래/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들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먼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이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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