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밝은 캄캄한가
애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것은 왜 도달하지 못하거나 버려지는가
나와 상관없이 잘도 돌아가는 너라는 행성
그 머나먼 불빛
-최정례(1955~)
하드록 그룹 스콜피온스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사도 모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는데. 'Always somewhere' 같은 곡은 감미롭기도 해서 사전을 뒤적여 우리말로 해석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던가? 절반의 실망 속에서도유난히 반짝거리는 대목은 '당신 없는 삶은 잃어버린 꿈과 같다고,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말할 수 있어요'와 같은 구절이었다. 제목을 눈여겨본 것은 정작 몇 년이 지나서였다. '언제고 어디서나'라니, 어머나 깜짝이야. 이 세상에 소멸되지 않은 사랑도 있다는 걸 어렵풋이 짐작하던 무렵이었던가. 좀처럼 물리치기 어려운 사랑, 거부하고 부정해도 꾸역꾸역 찾아오는 사랑도 있다. 스토커는 아니다. 어떤 존재나 사물이 나에게 영원히 간직된다는 것은 내가 어디에 있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나의 머릿속에 오롯이 장악하고 입속에서 항상 웅얼거린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스토커는 나다. 스토킹의 대상은 세계와 우주, 우리의 삶과 일상이다. 매우 원초적인 사랑과 다가갈 수 없는 존재를 기록하고자 노력하는 사람. 이 세계에서 우리가 미처 쓰지 못한 말을 기필코 적어내려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말일까?
-조재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