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깨달은 삶과 정치의 궁극적인 요체였다. 그것은 희망과 용서, 꿈과 공존으로 나타난 사랑과 대화였다. 그에게 사랑은 목표였고, 대화는 방법이었다. 명백한 악에 맞서 선을 추구하고, 분명한 불의에 대항해 정의를 추구할 때조차 그는 사랑과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흑백분리로서 정의와 불의가 너무나도 분명함에도 그는 그렇게 하였다. 실제의 삶과 정치에서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만델라는 사랑과 대화의 세 차원 즉 자기 자신, 타인, 세계(공동체문제)와의 사랑과 대화를 계속했고 그 가운데 내면양심의 울림, 타인의 목소리, 전체의 과제를 끝없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그는 자기 내면양심과의 대화를 중단하지 않았다. 그의 자서전 제목이 『자신과의 대화』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자신을 향해서는 사색과 겸손과 평안으로 연결됐고, 타인과 세계를 향해서는 용서와 평화와 사랑으로 나타났다. ‘자신과의 대화’는 읽는 도중 자주 모골을 오싹하게 할 정도로 눈물겹고 자기고백적인 동시에 순수하고 진실하다. 그의 삶과 영혼이 이미 종교적 반열에 올랐기 때문일 게다. 실제로 그가 감옥에서 진실로 걱정했던 것은 자신이 바깥에서 성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그는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며,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고 고백한다. 마치 절대적인 한 영혼의 울림처럼 들린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억압하는 자의 해방’마저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은 능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은 그가 감내한 고통과 그가 이루려는 꿈에 비례한다. 아니 그가 가졌던 사랑의 크기와 깊이에 비례한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곧 전체에 대한 사랑이며, 한 영혼에 대한 절대 사랑은 곧 세계에 대한 절대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여 오늘날 만델라가 주는 가장 큰 ‘공적’ 교훈은 바로 정치가 권력·전략·투쟁·술수를 넘어 사랑·고결함·영혼·양심과도 충분히 만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명림 세대 교수·베를린 자유대 초빙교수
중앙시평] 만델라, 만델라의 날, 만델라의 삶[중앙일보] 입력 2013.07.18 00:44 / 수정 2013.07.18 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