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꽃 한송이

구름뜰 2013. 9. 30. 09:48

 

 

 

 

복도에서

기막히게 예쁜 여자 다리를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골똘히

그 다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주 오던 동료 하나가 확신의

근육질의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시상 (詩想)에 잠기셔서....

나는 웃으며 지나치며

또 생각에 잠긴다

-정현종

 

귓볼이 붉게 달아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빨개짐을 두고 그냥이라는 말로 시치미를 떼는 이가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일 겁니다. 이유 없는 이유란 없지요. 속마음은 대게 이거죠. '앗 들켰다. 근데 티가 났을까'. 신이 주신 축복 가운데 모면이란 말이 있어 우리는 특유의 동물적 본능을 잘도 감추고 사는 듯 싶습니다. 바로 그 순간의 빗김. 그 절묘한 타이밍 가운데 피어나는 한 꽃송이. 그러니 한 꽃송이는 지는 것을 또한 예삿일이라 하겠어요 저 꽃송이는 누군가의 짝사랑, 저 꽃송이는 누군가의 외로눔, 저 꽃송이는 누군가의 질투, 저 꽃송이는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시... 저 꽃송이들 위해 오늘부터 전 자연보호입니다. -김민정

 

 

 

 

 

"꽃이 예쁘다"라는 말속에는 꽃에 대한 내 심상이 예쁜 것입니다.

'그 사람은 왜 그 모양일까'이런 생각 들 때 있지요.

자세히 오래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왜 그 모양인지가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이 왜 그 모양 인지 보입니다.

 

보게 되면  부끄러워 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했던 내 말이 부끄럽고 

그 사람에 대한 내 심상은  온데간데 없어집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들은 모두 내 그림입니다

내가  찾고 해결해야 할 내 문제 입니다. 남편도 자녀도 그 누구도 말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자신을 직시하지 못한 자신만 존재할 뿐이지요. 

 

그러니 감정적으로 무언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런 마음이 왜 올라오지?  이것의 본질은 뭐지?' 하고 보아야 합니다

'저 사람 왜 저러지' 가 '저 사람을 보는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보아야 할 것은 나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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