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ㅡ이생진
아파트 앞 세탁소 가는 길,
몇 년 전부터 벌레먹은 낙엽들만 눈에 띄는건 이 시를 알고부터다
새바지 기장이 매끈하게 수선되었다
"아저씨 이거 하나 드릴게요".
"벌레 먹었는데요."
"네, 어떤 시인이 이게 남을 먹여살린 흔적이라네요"
" ㅋ그렇게 깊은뜻이.....,"
말을 더 잇지 못하는 아저씨.
나도 이 시를 처음 들었을때 그랬다.
시 한 줄 나누는 일도 따뜻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