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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최후의 만찬', 250억짜리 쩡판즈 작품에 견줄 만

구름뜰 2015. 1. 18. 10:15

 

 
 

 

“그는 자나 깨나 성경에 그 모든 외로움을 묻어가며 성화(聖畵) 구성에 나날을 보냈으며 전쟁의 불안과 슬픔 속에서도 조용히 성화의 줄거리를 묵상하였다.”

 서울미술관 전시장 2층 들머리에 있는 안내문구다.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 화백의 아내 우향(雨鄕) 박래현(1920~76) 화백이 쓴 글이다. 전시장에선 운보의 30점 연작 ‘예수의 생애’ 전체를 완상할 수 있다.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한국인의 얼굴을 한 예수를 그린 역작이다. 6·25 때 군산에 피란을 내려왔던 운보가 신약성서의 주요 대목을 우리 풍속화 안에 녹여 놓았다.  

운보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최후의 만찬’.

 안병광 회장은 운보를 “내 생애 최고의 화가”로 꼽는다. 그가 운보의 ‘최후의 만찬’ 앞에 섰다. “대한민국에 저만한 작가가 있는지 거꾸로 물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전 세계 최고라고 봅니다. 60여 년 전에 ‘황인종 예수’가 나왔잖아요. 얼마나 선구적입니까. 밥상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제자들을 보세요. 세계 어느 미술가도 예수를 운보처럼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안 회장은 중국 화가 쩡판즈(曾梵志·51)가 그린 ‘최후의 만찬’ 얘기도 꺼냈다. 2013년 10월 아시아 현대미술 역사상 최고가인 250억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예수와 12명의 제자가 붉은 넥타이를 맨 젊은 공산당원들로 묘사됐다.

 “미술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겠지만 운보가 쩡판즈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운보는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종합예술가, 오케스트라 지휘자였어요. 예수의 고난과 우리 민족의 비극, 얼마나 잘 맞아떨어집니까. 그게 예술의 힘이죠.”

- 1월 17일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