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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교도소 논란, 방관에서 참여로- 김재수(영화감독·시인)

구름뜰 2015. 1. 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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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 감독과 일본 후쿠오카를 여행했다. 후쿠오카 형무소를 찾았다. 해방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형무소에서 요절한 시인 윤동주를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이곳에서 별을 헤아렸던 시인은 불과 28세였다.

    현재의 후쿠오카 구치소는 도시 속에 있다. 윤동주 시인이 죽은 후 엮어 묶은 유고시집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 별은 감옥 안에서 보는 것이나 감옥 밖에서 보는 것이나 늘 같은 것이었다. 그게 별이다.

    지금 나는 매우 불편하다. 거창으로 귀촌한 지 7년을 넘는데. 거창법조타운(교도소 포함)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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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에서는 반대집회를 하고, 또 한쪽에서는 찬성집회를 한다.

    나는 지금까지 현실문제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용산 사태…. 세월호 자괴감에 지금까지 우리 집 이름 <꿈꿀권리>를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다. 영화인 시국서명을 할 때 나는 늘 동참했다.

    그러나 법조타운 건설에 대해 주저했다. 거창에 내려와 알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원면 오례마을에 사는 오랜 탁주친구 김병길 형님도 무조건 반대라고 했다.

    오해와 곡해, 명분과 실리. 그런데 과정의 순수성만 보장되면 이런 경계는 허물기 쉽다. 과정의 순수성은 의심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장들의 집단 도장 찍기는 질타를 받아야 하고, 그것은 법의 엄정하고 적확한 처분을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창법조타운 건설에 반대하는 분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있다. 학교 부근 교도소 설치에 무조건 반대하는 부분이 그렇다. 양돈장과 양계장보다 교도소가 들어서면 더 환경이 좋지 않다는 논리라면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힘들다.

    기독교 정신인 박애, 그것은 사람이 함께 사는 정신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죄를 짓고 수형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그게 교육인가 말이다. 되묻고 싶은 참담함!

    김병길 형님은 우리나라 몇 군데 교도소와 그 주변을 둘러보고 온 후 내게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 내 생각이 짧았어. 주변 환경하고 교도소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 같아. 사실 도둑놈들은 우리 주변에 더 많잖아!”

    혐오는 미워하고 싫어함이다. 왜 아이들한테 미워하고 싫어하기를 먼저 가르치려고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수형자들이 탄 차량이 읍내를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어주고 위로를 해주는 박애의 정신이 살아 있는 거창군민이면 어떨까? 그들은 거창군민을 어떻게 생각할까?

    <교도소 안에서 보는 별이나 교도소 밖에서 보는 별이나 별은 같은 별이다.>

    김재수 영화감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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