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봄날의 아이러니/장하빈

구름뜰 2015. 5. 22. 07:36

 

룰루랄라~ 룰루랄라~

꽃비 나리는 4월 어느 목요일

느티나무 시녀들* 만나러 구미도서관 간다


상미 씨는 지지난 달 인천으로 이사 가고

경애 씨는 올 초 구한 직장에 꼼짝없이 매여 있고

영이 씨는 보름 전 '굴마을 낙지촌' 문을 열고

영숙 씨는 시가 시들해졌는지 못 온다고 카톡 오고

미애 씨, 종숙 씨, 미경 씨는 꽃핀 봄날 생까는지 연락 없고

오늘은 여덟 시녀 오롯이 둘러앉았다


아무래도 우리 목구멍으로 꿀꺽하는 것이

시보다 밥이라서

도서관이 아니라 일터로 간 건 지당한 일

마침 오늘 시창작 강의 꼭다리도 일터 이야기겠다

일 팽개치고 쉼터에 모여 앉은 시녀더러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불가의 말씀 전한다

일은 밥, 시는 차 아니런가

아마도 다음 달에는 밥 벌러 다들 일터로 가고

나 혼자 텅 빈 강의실에 앉아 홀짝홀짝 차나 마시면서

개 방귀 같은 시로 허전한 봄날 채우렷다


* '시 쓰는 여자들'을 가리킴.



** 개근

 

결석하면 학교가 나를 안받아줄 것 같았던 유년기

불덩이라도 학교가서 아팠던 나는

12년 개근상을 받았다.


지난 달 시인과의 수업날

대구에 갈일이 번개처럼 생겼었다 


스승의 날도 지난 어제

늦게 받은 꽃다발을 결에 둔 선생님이

'봄날의 아이러니'를 낭송해 주셨다--


내 이름이 시에 오른건 황송한 일이긴 한데 

생깐것으로 오르고 보니

수업시간  내도록 눈 맞추기가 부끄러웠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마음에 주는 상이

개근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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