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많은 물

구름뜰 2015. 7. 9. 10:17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이규리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 혹은 때때로  (0) 2015.08.05
농담   (0) 2015.07.19
사랑  (0) 2015.07.09
불안도 꽃  (0) 2015.07.04
나를 흔든 시 한 줄  (0) 201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