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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 김선우(1970~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둘이면서 둘이 아니고
하나일 수도 없는 진짜 사랑
그 기준으로 보면 남자는 김수영, 여자는 김선우가 최고다. 김수영은 서정주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읽어보면 ‘딱 김수영’이다. 스스로도 말한 바 있다. “시작(詩作)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김수영이 가부장적인 구석도 있는 남자라면, 김선우는 여자다. 남자가 모르는 여자를 쓴다. 너른 여자, 앙칼진 여자…. 강의할 때도, ‘여자를 모른다면 김선우를 읽으라’고 말한다.
시인은 이 시에서 사랑은 둘이면서 둘이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도 아니라고 말한다. 완전히 둘이면 남이고, 그렇다고 완전히 하나가 돼서도 안된다. 원효의 ‘불이(不二)’ 사상에 닿는 사랑의 원리다. 사랑에 대한 깊이, 에로티시즘까지 버라이어티하게 담아낸 매력적인 시다.
나를 흔든 시 한줄 ㅡ 강신주 대중철학자
** 시가 안되는 건 시가 될만큼 살지 못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되지 못한 것이 시라는 생각도 든다.몸시의 김수영 대하면 그렇고, 나보다 한참 어린 김선우를 대하면 또 그렇다. 좋은 작품에는 시인이 가 닿은 인식이 선명하다. 시공부 3년만 하면 시 한편 쓸줄알았더니, 알수록 더 부끄러워지고 못쓰는 것이 시니. 원 시란 참 시시한 것인 것 같다가도 참 알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인식이 가 닿을 수 있는 정점, 그 것에 가 닿는 것이 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