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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신이 주신 선물”… 요한 바오로 2세의 ‘비밀 편지’

구름뜰 2016. 2. 16. 09:45

BBC ‘유부녀와의 30년 우정’ 다뤄
1973년 책 출간 작업으로 첫 만남… 편지 주고받고 여행에도 초대
2005년 선종 때까지 만남 지속… 순결서약 어겼다는 증거는 없어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생전에 3세 연하의 유부녀 학자와 30년 이상 편지를 교환하며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은 15일 교황이 1973년부터 미국인 철학자 안나테레사 티미에니에츠카(1923∼2014)와 우정을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폴란드 태생인 티미에니에츠카는 당시 추기경이었던 바오로 2세의 저서 ‘행동하는 사람(The Acting Person)’의 영문판 작업을 위해 폴란드로 건너갔다. 만 50세였던 그녀는 동료 학자와 결혼해 자녀 3명을 둔 상태였다. 

출간 작업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편지도 자주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책 출간과 관련된 공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뤘지만 점차 사적인 내용이 편지지를 채웠다. 바오로 2세는 1974년 티미에니에츠카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의 편지 4통이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내용이라서 다시 읽었다”고 적어 보내기도 했다. 1976년 편지에서는 티미에니에츠카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단둘만의 만남도 잦았다. 바오로 2세는 티미에니에츠카를 스키, 캠핑 여행에도 초대했다. 1976년 공식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티미에니에츠카의 초대를 받아 뉴잉글랜드 자택에 머무르기도 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첫 영성체(가톨릭의 성체성사) 때 아버지에게 받은 스카풀라(작은 천 조각에 성스러운 글귀, 그림을 적어 몸에 지니도록 한 성물)를 티미에니에츠카에게 주기도 했다. 

바오로 2세는 티미에니에츠카와의 우정을 ‘신앙의 범위’ 안에 두려고 애썼다고 BBC는 전했다. 1976년 9월 티미에니에츠카에게 “친애하는 테레사, 편지 3통을 모두 받았어요. 당신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다고 썼죠. 하지만 여기에 아무런 답변을 줄 수 없네요”라고 편지를 보냈다. 교황이 이성과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순결 서약’을 어겼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이들의 관계는 바오로 2세가 1978년 교황이 되고 2005년 선종할 때까지 30년 이상 이어졌다. 교황에 오른 바오로 2세는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편지를 씁니다. 우리 사이에 연락이 계속돼야만 합니다”며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놓인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합니다”라고 편지를 썼다. 

티미에니에츠카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상호 애정 어린(mutually affectionate) 관계였다”면서도 “중년 성직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반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티미에니에츠카의 지인들을 인용해 그가 바오로 2세에게 이성적으로 끌렸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교황청은 텔레그래프에 “비밀연애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BBC는 15일 이런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요한 바오로 2세의 비밀 편지’를 방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요한 바오로 2세의 '비밀편지'라고 붙여전 기사를 보면서 참 인간적이셨구나 싶다. 달라이라마도  "당신은 이성의 유혹을 받은 적이 없습니까? " 라는 질문에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나는 달라이라마다 달라이라마다" 하고 스스로를 다잡는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기대 이상이기도 하고 그 반대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든 그들이 매우 인간적일 때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는 그들이 수많은 이들에게 주고 간 영향력만으로도 ' 삶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자기 삶을 어찌 살든 그건 어쩌면 자신의 문제다. 다만 밖으로 향한 삶, 인류애나 인류평화, 즉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냐만은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누가 어떻다'는 얘기 앞에 '어떠하지 않은 이' 있을까. 내 안의 문제로 살되 이타심을 가져야 그나마 의미 있는 삶이 되리라. 
교황은 "당신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그녀를 통한 에너지가 교황의 삶에 에너지로 기여했으리라. 우리는 두가지 모습으로 산다. '보이는 모습. 과 '보이지 않는 모습' 내외면은 내면의 자양분으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란 그저 착해빠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를 위한 이해의 폭을 열어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