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관계의 적정거리

구름뜰 2016. 3. 19. 16:08



 



간격은 통로다

둘 사이 간격이 있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나무를 자라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다

간격은 무엇이든 흐르게 하는 통로다


바람이 흐르고

햇살이 흐르고

물이 흐르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둘사이 흐르는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간격이 멀어지면

기대지 못해 쓰러진다

 -방우달 '풍선플러스' 중에서



 

서투른 새 노련한 새 / 방우달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에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떠난 후 가지가 한참 흔들린다.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떠나가도 늘 앉아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가지에게

포근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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