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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한강 기자간담회… “바라건대 아무일 없이 예전처럼 살고 싶다”

구름뜰 2016. 5. 26. 22:17

              

  • “11년 전 소설로 상 받으니 이상

    채식주의자, 불편할 수 있는 작품

    하나의 질문으로 읽어 주셨으면…

    신작 ‘흰’ 인간의 존엄함 바라봐”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잖아요.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지난 17일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벨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글을 쓸 때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할 수 있을 거라는 바람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다가 ‘어떻게 되긴 됐네’ 이런 느낌으로 완성한다. 그렇게 글쓰는 입장에서는 상이라든지 그 다음의 일들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기는 여력이 부족하다"며 몸을 낮췄다.

    지난 19일 오전 조용히 귀국해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이날 수상 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과 만나 그간의 감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단정한 감색 원피스 차림으로 오전 11시5분께 기자간담회 장소인 홍대입구 인근 카페에 들어온 그는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자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는 “사실 영국에는 출판사 편집자와 신작 출간을 상의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고, 수상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또 수상 당시를 돌이켜 “그때 시차 때문에 거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린 상태였다. 현실감 없는 상태로 상을 받은 것 같다"며 “마음이 담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쓴 지 오래돼서 그런 것 같다. 11년 전 소설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서 이렇게 먼 곳에서 상을 받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수상 이후 전과 달라진 게 있는지 묻자 “잘 모르겠다. 여기 올 때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바라건대 아무 일 없이 예전처럼 잘 살고 싶다"고 답해 웃음을 줬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더 드릴 말씀은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글을 써가면서 책의 형태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다.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상 이후 ‘채식주의자’를 사보는 독자들에게는 “이 소설이 좀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하나의 질문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11년 전 던진 질문으로부터 저는 계속 나아갔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새 독자들에게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희망하는 점이 있다면 그 소설만 읽지 말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많은데, 조용히 묵묵하게 방에서 자신의 글을 쓰는 분들의 훌륭한 작품도 읽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한강이 25일 출간하는 신작 소설 ‘흰’(문학동네 난다)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65편의 짧은 글로 이어진 이 책은 하나의 주제의식과 이야기를 가진 소설이면서 동시에 각각의 글이 한 편의 시로도 읽힐 만큼 완결성을 지녔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끝났고 이후 우리가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봐야 하는가 라는 식으로 질문이 이어졌다"며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해 나온 게 ‘흰’"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