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문학기행 - 이외수 문학관을 다녀오다

구름뜰 2016. 11. 20. 08:43


도서관에서 1년에 한번 가는 문학기행! 올해는 강원도 화천 이외수 문학관이었다. 지난 19일 부윰한 기운을 맞으며 여섯시에 집을 나섰다. 그곳에 가면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동반되는 여행이었다.    




'길이 있어 내가 가는게 아니라 내가 감으로 길이 되는 것이다'

감성테마문학공원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시비다. 이곳에서 문학관까지 올라가는 길은 113개나 되는 시비들이 도열해있다. 촌철살인의 대가 답게 문장은 짧아도 여운은 깊었다. 


이곳에 2006년 입주했고, 문학관은 2012년 개관했다. 국내 최초 생존작가를 위한 문학관.이다. 청송에는 김주영의 '객주'를 기념한 '객주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을 들어서면 입구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교도소 감방 문이다. 춘천교도소에 납품하는 문을 사모님이 주문했다는 일화와 함께, 스스로 갇혀 9년 동안 글쓰기 했던 기행으로 유명한 그 문이 이제는 문학관으 찾는 모든 이들을 반기고 있다.

어떤 대상을 외면하고 싶거나 등지고 싶었을 때 우리는가끔 등을 돌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등돌린 것으로 인해 더 크게 가슴을 열게되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부족해서 그랬다는 걸알게되는 과정이기도 하고 나오기 위해 들어가는 문 같은 것이기도 하갰다.   



  


 

 

 


 

그림, 글, 글씨까지 작가의 작품들로 문학관은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살아계시니 업그레이드 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탐방객 동선을 생각한 문학관 내부는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나가는 트랙구조로 되어 있다. 

가운데는 노지 그대로 자연채광을 내려 쬐이는 데 그 빛이 실내 조명보다 더 푸근해서 전체적으로 안에 있지만 밖에 있는 느낌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연과 친화적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그동안 펴낸 책들이 어마한 분량으로 전시되어 있다.



 




외수목저체(나무젓가락체) 라면도 제대로 못먹던 젓가락만 쌓였던 시절... 나무젓가락 작품이 총 여덟가지가 있다. 혼돈과 질서라는 작품, 가난이 늘 따라다녔던 시간들, 환경이 열악해도 작품을 탄생시킨 에너지, 노력으로 극목이 가능하다는 걸 볼 수 있는 면면도 있었다. .


밥 먹은 날보다 굶은 날이 더 많았던 이야기.. 시비에 새겨진 글들도 모두 목저체다. 



 

 


비소설 부분 하악하악이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이 2008년 하악하악 이었다. 한국화를 배우던 시절이었는데. 정태련 화가의 그림과 이외수의 글이 함께 들어간 책인데 그림이 많은 도움이 되던 시절이었다.


75권의 책을 냈다. 소설 대담집 인생관 우주관이 들어있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까지...



 



문학관 안쪽은 노지로 그대로 있다. 자연광이 문학관 내부로 들어오도록 유리창을 만들어 놓았고,  책꽃이를 준비해 놓아서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이런 저런 공간들이 재미나게 만들어져 있었다, 눈가는 곳마다 카메라를 들이 대는 곳마다 선도 면도 아름다웠다.,



 



 

 

 

 

 

 

스스로 가난을 자처했던 천상병 시인의 인연 

뒤로 천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수묵화도 제법 많다. 볼 수록 편안한 작품들, 채색은 거의 없고 먹의 농담 조절로 여백미를 더한 그림은 선의 경지를 드러낸둣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끈다 편히 감상하라고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



 

 


왼쪽 새의 깃털로 만들어진 붓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가장 아끼는 그림이라고 한 작품이다.




 

 

 


간이 무대에 놓여진 붓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이것이 선생님의 좌우명이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재료비가 만만찮아서 글을 썼다는 얘기. 그 재능은 그대로 나아서 문학관을 글 그림으로도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작가가 자기 맘대로 자기 문학관을 꾸밀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복인가


화천군 인구는 주민이 2만 군인이 4만이라고 했다. 지자체에서 75억인가 들여서 한 이 일은 아마도 갈수록 화천군의 가장 아름답고 의미있는 명소로 남지 않을까 싶다. 세월이 흐를수록...




예술은 창조지만 또한 모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사진으로 담아 왔지만 나도 저렇게 따라서라도 모사하고 싶은 기분이라니...



 

 

아름다운 것을 보면 행복해진다. 


 

그냥 좋다

좋은 건 이유가 없다.

그냥.. 이다


 


목저체 형식이다.



 


 

도서관 다른 식구들도 함께했다.


 

느티식구들만 따로 찍은 기념사진이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다섯시간을 달려온 우리들을 위해서 선생님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항암치료로 몸이 많이 쇠약해져 보였는데 얼마전 검사결과로 완치를 확인받았다고 했다. 



 

 

 

70 80 라이브로 울고있나요 편지.. 등등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를 대여섯곡 들려주었다.

유치원생도 좋아하고 당신도 좋아하는 노래라며 들려준 내나이가 어때서는 분위기를 완전히 업시켰다. 노래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서 감성이 달라진다. ㅎㅎ


 

 

 


 


 

 

 

사인을 얼마나 천천히 정성들여서 해 주시는지...



 


출발전에 서재에서 찾아보니 작가의 책을 보니 세권이 있었다. 그것을 사인 받을 요량으로 들고 갔었다 8년전에 책으로 처음 만나본 사람 좋았는데 그를 직접 만난러 가는 길이 어찌 반갑지 않을까.



 


목저체다.

 

 


그리고 문학관에서 최근 대담집으로 나온' 마음에서 마음으로'를 구입했다. 문학관에서 파는 책은 작가의 사인이 이미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한권 '완전변태'는 이날 문학기행에서 있었던 삼행시 짓기에서 상으로 받은 책이다 시제를 '이외수'와 '강원도'로 했었는데 강원도로 삼행시를 지어 당첨된 것이다. 


'완전변태' 제목이 민망해서 서점이었다면 선뜻 골랐을까 싶은 책이었는데 단편소설 묶음집이었다.

'완전변태'는 사자성어로 곤충이 알에서 애벌로 번데기 단계를 거쳐서 성충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나비나 벌 모기 파리 따위가 이에 해당된다. 완전 탈바꿈을 한다는 뜻인데 어찌 이 사자성어에 대한 내 인식은 그렇게 짧았는지 이렇게 훌륭한 단어라니... 


금방 읽히는 책이었다.

단편 소설이 주는 맛 멋을 느낄 수있는 작품들이었다.

  


 

 

 

이러고 손잡고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재치라니..


아래는 외수목저체로 새겨진 시비들이다

즐감하시길..


 


 

 

 

 

 

 

 

 




아래는 그날 있었던 이외수와 강원도로  지은 삼행시중 수상작품들이다.


이- 이제 알려고만 하지말고 깨닫고 실천하며 살라한다

외- 외로움과 슬픔은 생각에서 오는 것 마음으로 살려할 때 그것이 사랑이고 행복이라 한다.

수- 많은 걸음걸음으로 살아온 73세 노작가의 인생철학 오늘 한줄기 햇살로 마음을 비춘다.


이- 이러니 저리니 해도 

외 -외출은 나서야 해

수 -수시로


강 - 강원도 가는 게 그렇게 좋으냐고 남편이 물었다

원 - 원하던 작가를 만나러 가는 데 좋지 않겠느냐고 내가 답했다

도- 도서관 문학기행은 70살 80살이 되어도 함께할 여행이다.  


ㅎ 요것이 내가 쓴 삼행시다.

오래전 접어 놓았던 문장들이 다시 눈에 띈다.


감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센스도 떨어진다. 밥 한 끼를 사더라도 배고플 때 사야 눈물겹고 술 한 잔을 사더라도 외로울 때 사야 눈물겹지 않겠는가. 명함 한 장을 건네더라도 적재적소에서 건네는 센스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

아불류 시불류 중에서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에서 하나의  달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감성의 차이 때문에,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보고 있는 달이 같은 달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과 숲들을 보라. 그것들은 자신의 가슴 안에 많은 목숨들을 키운다. 사람 중에서도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과 숲들처럼 자기의 가슴 안에 많은 목숨들을 키우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는 그 존재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절대강자 중에서



여자는 결혼을 하고 타인의 이목에 신경을 쓰지 않는 습관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아줌마로 전락해 버린다. 아줌마는 매사에 용감한 행동을 일삼기는 하지만 목적이 어떠하든 거룩애 보이지는 않는다. 아줌마가 되지 않으려면 이기적인 행동이 여자의 아름다움을 가장 빨리 훼손시킨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하악하악 중에서



일찍 가고 늦게 오는 걸로 계획한 문학기행. 우리를 위해 특강까지 해 주셨다. 강행군이셨을 터인데 우리가 반가웠는지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뒤에 사모님이 오셔서 걱정하며 보고 있을 정도였다.


도서관 소식지에 올라갈 기행문도 쓰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글빚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지만 글빚이라도 있어야  쓰는 이게으름을 어쩔꼬, 요즘은 블로그질도 자꾸 미룬다. 예전 같으면 여행 다녀오면 그 다음날쯤이면 뭐라도 정리가 되는데 요즘은 일주일은 예사다. 게으름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주말내로 보내주기로 했는데.. 게으름은 어쩔꼬,, 오늘은 여기까지다.

201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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