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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토론을 싸움이라 했는가

구름뜰 2017. 2. 23. 08:37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남과 토론하고 싶어 한다. 통상 토론이라고 하면 정치·사회 문제 등 어렵고 무거운 주제만 생각한다. 하지만 “저녁에 뭘 먹을까” “휴가는 어디로 갈까” 등 사소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토론이다. 토론은 서로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제시하고 이해하면서 결론을 이끌어가는 과정이다. 이런 작은 토론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면 크고 복잡한 이슈에 대한 토론도 잘 풀릴 수 있다.
 
문제는 실생활에선 토론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직장에서 상사가 “오늘 점심에 뭘 먹을까?”라고 물으면 부하 직원들은 “아무거나”라고 답하는 게 일상적이다. 어차피 상사 취향대로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이런 서열문화가 건강한 토론을 막는다.
 
토론의 아버지인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에 따르면 토론할 때마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해야 평등하고 다양한 토론이 이뤄지고 남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선 반대 개념인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식 대화법을 자주 쓰는 것 같다. 토론을 통해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하는데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건설적인 토론도, 참석자들이 배울 것도 없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토론을 기피하려는 이유에선 유럽과 한국은 차이가 있다. 유럽에선 친한 사람들과 대화나 토론을 하면 솔직한 발언이 이어진다. 반면에 한국에선 서로 친한 사이일수록 토론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친한 사람과 말다툼하거나 자기 의견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걸 민망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익명의 인물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고 벌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토론은 열리기도 쉽고 결과도 건설적인 경우가 많다. 남의 이목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자기 의견을 제대로 잘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잘 모르는 사이일수록 서로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도 쉬워진다.
 
토론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편하고 자유롭게 제시하고 상호 성장을 위해 대화하는 것이 바로 토론이다. 가까운 사람끼리나 부모·자식 간에 의견이 다른 것은 싸움의 시발점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의견도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인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는 토론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알베르토 몬디 [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출처: 중앙일보] [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누가 토론을 싸움이라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