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는 미완의 새다. 날갯짓을 잊어버려 생존수단인 날개가 퇴화됐다. 도도새는 지상의 낙원으로 불리는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천적도 없이 살았다. 그렇다 보니 외부 세계에 대한 대처법을 몰랐다. 결국 다른 동물들이 유입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정보기술(IT)산업이 도도새 처지에 놓여 있다. 일본 휴대전화 인터넷망(I-mode)의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는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완전히 고립된 섬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초창기부터 내수시장에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국제표준에 기초한 세계시장과 달라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이라 명명했다. 갈라파고스는 남미 대륙에서 약 1000km 떨어져 있는 제도(諸島). 일반 생태계와는 달리 특이한 고유종(固有種)들이 서식한다.
그런데 고독은 고립과는 사뭇 다르다. 고독은 우리 곁에서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해서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고독할 때에 한해 그 자신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요즘 ‘홀로 즐기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혼술, 혼밥, 혼영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어가 된 느낌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싱글라이프에 너무 익숙해져 사람들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느낀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김규회 기자의 관계의 법칙
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민심을 얻는 법
《나라가 보존되느냐 망하느냐는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는지 모이는지에 달려 있다.
國之所以存亡 係乎人心之離合
국지소이존망 계호인심지이합
― 정범조(丁範祖)의 ‘해좌집(海左集)’》
민주국가를 표방하는 현대의 국가들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지만 과거 봉건사회에서는 왕이 나라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더 이상 나라를 소유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을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여 항상 민심을 살피는 데 주력하였다.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는 민심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어지는 글에서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였다.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는지 모이는지는 그 사람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윗사람이 함께하는지에 달려 있다(人心之離合 係乎上之人同其所好惡與否也).’
국가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충족하는 길은 국민이 원하는 정책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시행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이제 국민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또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는 일이 남았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사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고, 싫어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는데, 사느냐 죽느냐는 옷과 음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人之所好莫甚於生 所惡莫甚於死 而所以生死者 存乎衣食之有無而已).’ 사람이 사는 것은 결국 먹고 입는 것으로 귀결이 되나 보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제대로 입지 못한다면 무슨 예의를 차리고, 의리도덕을 논할 수 있겠는가.
정범조(丁範祖·1723∼1801)의 본관은 나주(羅州), 호는 해좌(海左)다. 문과에 급제하여 대사성, 대사헌, 이조참판 등을 역임하였다. ‘정조실록’의 편찬에 찬집당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