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사를 적어보는 주관적 거울 외에, 객관적 거울도 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세상에 나와 있는 진단 도구들을 활용하여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해 보려는 시도이다. 시중에는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단 도구가 나와 있다. 지난달 나는 40대를 마무리하며 제3의 기관에 의뢰하여 나를 잘 아는 직장 동료, 친구, 가족 12명에게 나에 대한 진단을 부탁했다. 이 작업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지,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장점이나 개선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마흔을 시작할 즈음에는 ‘내 마음 보고서’라는 진단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수백 가지 질문에 답하면 나를 분석한 책 한 권이 배달되는 서비스였다. 그 책은 지금도 가끔 들여다보면서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곤 한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권의 책이나 자료를 읽어보고, 때로는 강연도 듣는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도구와 혼자만의 글쓰기, 그리고 돌아보기 위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우리는 사업 목표와 현실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하고 노력을 한다. ‘나와의 회의’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 시간쯤은 조용한 카페나 도서관에서 빈 공책을 펴놓고 내가 가졌던 꿈도 떠올려보고, 나는 지금까지 어디로 와 있는지를 돌아보면 좋지 않을까? 이제 뻔한 강의나 책은 잠시 미루어놓고, 내 삶이라는 ‘도서관’ 혹은 ‘박물관’에는 어떤 발자취가 있는지 살펴보자. 거울을 봐야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