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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기주의를 버리자

구름뜰 2017. 9. 22. 07:42


최근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 꿇은 사진을 보았다.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이유로 반대하자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강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한 것이다. 일부 주민은 이들에게 “쇼하지 말라”며 소리까지 쳤다. 어쩌면 이렇게 모질 수가 있는가.

특수학교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장애인 특수학교는 2002년 이후 15년 동안 단 한 곳도 신설되지 못했다.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가 8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자 1만3000명 중 35%만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특수학교가 설립되지 못하는 이유는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교육부에서 특수학교가 집값 하락과 무관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을까.  

선진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호주 멜버른에는 시내 한가운데 노른자위 부지에 청각장애인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한 한국인이 벨기에에서 겪은 일화도 인상적이다. 집 근처에 중증장애인 시설이 있어 현지인에게 주민 반대는 없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현지인은 “반대하면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죠?”라고 반문하며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유대인에게는 단결력과 공동체 의식의 결정체인 디아스포라 수칙이 있다. 수칙에 따르면, 유대인이 노예가 되면 인근 유대인 사회가 7년 안에 몸값을 지불하고 찾아와야 한다. 자녀교육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유대인을 방치하는 것도 율법에 반한다. 유대인이면 누구든지 유대인 사회에 도움을 청하고 받을 권리가 있다. 수칙의 핵심은 ‘유대인들이 모두 한 형제이고, 모든 유대인은 형제들을 지키는 보호자’라는 인식이다. 공동체가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불편과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이스라엘을 강건한 나라로 만들었고, 이슬람 국가들과 수차례 전쟁을 치렀는데도 민족공동체와 국가정체성을 유지하게 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부끄러운 이기주의를 떨쳐버려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의를 밝히고 소인은 이익을 밝힌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기보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전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이를 위해 개인의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수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부유층이 자신의 이익만 지키려 하고 약자와 공동체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은 천민자본주의다. 장애인 학부모들의 간절한 호소가 우리의 메마른 이기주의를 다그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서진학교와 건립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특수학교들이 주민들의 너그러운 동의로 설립되었다는 따뜻한 뉴스를 보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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