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은행나무 부부

구름뜰 2017. 9. 30. 06:15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반칠환·시인, 1964-) 

 

 

은행나무 아래 /이준관(1949 ~)

 

은행나무 아래는

친구 기다리기 딱 좋아요.

 

친구 생각하며

팔로 은행나무 껴안아 보기도 하고

 

은행나무 그늘에 앉아

친구 이름

바닥에 쓰기도 하고

 

친구에게 주려고

노란 은행잎

한 잎 두 잎 줍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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