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긴장을 기르나 보다.
아무도 가지 않는
어느 숲속
꽃들과도 같은 긴장.
상처는 저마다 완전하여,
눈에 띄지도 않는 조그만
꽃 울타리에 싸여
아파한다.
아픔은 저 꽃 같고,
이 꽃 같고.
저 꽃 같고,
이 꽃 같은 한 송이 꽃이다
-로버트 크릴리(1926~2005)
비
밤새 이 소리 다시
되돌아와서
또 다시 내린다.
고요하고 끈질긴 이 비.
이처럼 번번이
상기되고
강요받아야 하는
난 스스로 어떤 존재인가?
그건 거침없이
아주 세차게
내리는 비 탓은
전혀 아닌,
이것 아닌 어떤 것,
이처럼 끈질긴 것이 아닌 무엇,
이 궁극적인 불안 속에
내가 갇히게 되는 건.
님이여, 날 사랑한다면
내 곁에 누워다오.
날 위해 있어다오, 비처럼,
지침과 공허와 고의적인 무관심이란
어설픈 반욕망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일,
은은한 행복으로
촉촉이 젖어다오.
- 로버트 크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