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구름뜰 2019. 1. 24. 08:44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늙은이도 하루가 끝날 때 뜨겁게 몸부림치고 소리쳐야 합니다;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하십시오. 

현명한 사람들은, 생을 마감하며 어둠을 당연히 받아들일지언정,

자신의 말들이 번개를 갈라지게 하지 못했기에,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않지요. 

착한 사람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나간 뒤 울부짖습니다

푸른 해변에서 춤추지 못했던 나약한 행적을 후회하며,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합니다. 

날아가는 태양을 붙잡고 노래했던 사나운 사람들도

해가 이미 지나갔음을 뒤늦게 알게 되어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않지요. 

심각한 사람들은, 죽음이 가까워 희미해진 눈으로

꺼져가는 눈도 별똥별처럼 빛나고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합니다. 

그리고 당신, 나의 아버지여, 그 슬픔의 높이로, 

당신의 격렬한 눈물로 제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기를.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하십시오. 


 -딜런 토머스 


** 딜런이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보며 쓴시라고 한다.  죽음과 맞서 싸우라고 아버지에게 당부하는 시다.

딜런은 자신은 심각한 유형이라며 죽음앞에 신사적인 아버지를 향해 포기하지 말라고 분노하라고 저항하라고 외치고 있다.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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